4일 오후 1시 20분쯤 대구 중구 염매시장. 한 빵집에서 검은색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멀리서 사이렌을 울리며 소방차가 모여들었다. 이곳은 현대백화점과 동아쇼핑을 비롯해 상가들이 몰려 있어 평소 골목마다 불법주정차가 많고 차량 이동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소방차 진입이 늦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빵집 천장에서 시작된 불길이 번져갔다.
순간 골목을 지나던 행인 4, 5명이 골목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소방차가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시민들이 직접 차량통제를 한 것이다. 이들은 골목에 들어서려는 운전자들에게 일일이 화재상황을 설명한 뒤 차를 다른 골목 쪽으로 돌려보냈고, 이내 골목은 오가는 차량 없이 비워졌다. 화재현장 근처로 30~40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자 다른 시민 2, 3명이 "소방차가 들어올 수 있게 길을 터 달라"며 앞장서기도 했다.
곧 소방차 11대가 현장에 출동해 화재 진압 활동을 시작했고, 불은 발생 10여 분만에 진화됐다. 300만원 정도의 재산피해를 남겼지만 다친 사람은 없었다. 교통이 복잡한 골목이라 소방차 진입이 늦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시민들의 기지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화재가 어느 정도 진압되자 차량과 인파를 통제했던 시민들은 소리없이 사라졌다. 현장에 있었던 이모(38) 씨는 "연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남자 4명이 동아쇼핑과 삼성생명 사이 골목으로 들어오려는 차량들을 다른 방향으로 우회시키더라. 항상 차량 진출입이 많은 골목인데 소방차가 출동하기 전에 골목이 비워져 있어서 소방차가 바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소방관계자는 "소방차 길 터주기는 종종 있었지만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골목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민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빠르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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