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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적게내려…택시 놀리는 택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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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교통사고로 9억원 보상 보험 요율 올라 5억원 낸 처지

'보유 택시는 100대가 넘지만 운행 중인 차량은 2대?'

대구 택시업체 A교통의 얌체 휴업이 택시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A교통의 장기 휴업은 인명 사고에 따른 고액 보험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2년째 장기 휴업 중으로 결국 다른 택시회사들이 A교통의 보험금을 떠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A교통은 109대 면허대수 가운데 98%인 107대를 휴업한 상태다. 이 회사는 2013년 초부터 100대 전후의 차량을 휴업 신고해 왔다. 택시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휴업 신고를 많이 하는 회사라 하더라도 보유 면허의 30, 40% 수준에서 휴업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교통이 107대나 되는 면허를 3년째 휴업 처리한 배경이 '보험금 회피' 때문으로 보고 있다.

A교통의 택시가 2011년 1월 피해자가 식물인간이 되는 큰 교통사고를 냈고, 이 탓에 택시공제조합에서 부담했던 치료비와 보상금 등이 9억원이 넘었다. 이후 A교통은 최대 보험 요율인 '200%'가 적용됐고, 택시 1대당 보험료를 연간 500만원(109대로 환산→5억4천여만원)이나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택시 대다수를 휴업 처리하면서 A교통이 지난해 냈던 보험료는 2천여만원에 그쳤다.

A사의 장기 휴업은 내년 이후 끝날 것으로 택시업계는 보고 있다. '보험 요율 산출 근거'가 '최근 3년간의 손해액'(보상금 등 사고로 지출된 금액에서 실제 낸 보험료를 뺀 액수)인 때문이다. 택시 운행을 줄이면 사고 횟수와 가능성이 줄어 손해액이 감소하고, 3년만 견디면 보험 요율을 다시 낮출 수 있다. 실제 A교통의 손해액은 2012년 약 4억4천만원, 2013년 약 1억4천만원이었다가, 지난해 600여만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국택시공제조합 대구지부 관계자는 "A교통의 대규모 휴업은 보험료를 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고 이로 인한 손해를 다른 택시회사들이 떠맡아야 한다"며 "이 때문에 내년 초부터 규정을 바꿔 휴업 대수가 많더라도 최소한 보유 면허대수의 50%에 해당하는 보험금은 내도록 하는 하한선을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기 휴업이 가능한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휴업 기간은 최대 1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휴업 연장(갱신) 횟수나 총 휴업 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다. 대구시와 달서구청은 A교통 때문에 2013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휴업 대수와 휴업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답변이 왔다.

A교통 관계자는 "어떤 개인이 차를 끌고 다니다가 사고 내고서 보험료 때문에 차를 사용 안 한다고 해서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우리도 문제 삼을 수 없다"며 "오히려 택시를 운행하지 않음으로써 영업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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