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의 초등학생이 그린 우리나라 지도가 인터넷에서 화제를 낳았다. 지도를 보면 서울만 '서울'로 돼 있을 뿐 전국의 나머지 지역에는 '시골'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울릉도'독도는 '우리 땅', 제주도는 '귤'이란 이름과 함께. 발상이 천진해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서울 아닌 곳을 시골로 보는 수도권 우월주의가 아이의 생각에도 투영돼 있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뿌리가 깊다. 예로부터 한양은 임금님이 계신 존귀한 곳이었고 전국 어디에서건 한양 가는 길은 '올라가는 길'이었다. 왕조시대의 이 같은 정신적 유산은 근대화 이후 사람들 인식 속에 더 깊은 뿌리를 내렸다. 서울은 남한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수도이자 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로서 우리나라 전체 경제력의 76%를 갖고 있다. 안 그래도 특별한 곳인데 이름마저 '특별시'이다.
지방은 '수도권 이외 지역'으로 전락했다. 연예인들조차 "공연차 부산에 다녀왔다" "광주에서 콘서트를 열었다"라고 하지 않고 "지방 공연을 다녀왔다"고 한다. 이번 추석연휴 방송을 보니 전국 단위 방송인데도 아나운서가 "지방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교통 상황"이라는 말을 했다. '지방'이 아니라 '전국' '전국 각지'라고 해야 가치중립적인 표현이 아닌가.
어떤 말에 부정적 개념이 덧씌워지면 나쁜 결과가 초래된다. 주홍글씨가 찍힌 단어로 '지방대'가 있다. 수도권 대학들은 각자 제 이름으로 불리는데 수도권 이외 지역 대학들은 '지방대'로 싸잡아 불린다. 문제는 지방대라는 말에 이류'삼류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졸업생들이 큰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이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방송은 대구에서 대학교를 나온 광고기획자를 소개하면서 '루저에서 광고천재'라는 자막을 보내 물의를 빚었다. 지방대 출신은 곧 루저(패배자)라는 편견의 산물이었다. 최근 서울의 모 대학 충주캠퍼스 학장은 학내 대화방에 대학 비판 글을 올린 학생들을 "지잡대(지방의 잡 대학) 놈들"이라고 비하했다.
사전 정의로 '지방'은 '어느 방면의 땅'이라는 뜻이다. 사전은 '지방'이란 단어의 다른 개념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이라는 뜻풀이를 덧붙여 놓았다. 수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지방'으로 통칭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더 있을까. 개념은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참에 지방에 대한 사전 뜻풀이부터 고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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