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부겸 못 구한 명당, 김문수 계약

야당 예비후보자 대구 선거사무소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대구에서 야당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선거사무소 구하기도 어렵네요.'

대구에서 야당 깃발을 꽂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사무소를 구하는 데 설움을 당하고 있다. 여당이 강세인 대구 정서상 건물주가 야당 후보에게 선거사무소 임대를 꺼리기 때문이다. 야당 후보들은 유권자 눈길을 끌 수 있는 장소에 사무소를 잡으려 발 빠르게 움직였다가 여당 후보와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18일 기준으로 대구에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야당 후보(더불어민주당, 정의당)는 3명이다. 수성갑의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성을 정기철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북구을 조명래 정의당 예비후보가 그들이다.

4년간 수성갑 바닥 민심을 닦아온 김부겸 전 의원이지만 선거사무소를 구할 땐 애를 먹었다. 김 전 의원은 범어네거리 한 건물에 사무실을 계약하려다 실패했다. 이곳은 지난 지방선거 때 권영진 시장이 캠프를 차렸을 정도로 목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건물주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분이었으나 사무소 계약에 승낙했다. 하지만 같은 건물에 있는 병원에서 선거 현수막 거는 것을 꺼려 결국 포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이 건물과 계약했다. 김 전 의원은 경쟁자인 김 전 지사 측의 사무소 바로 옆 건물과 접촉해 서울 본사와 계약을 맺고 선거사무소를 차렸다.

수성을에 출마하는 정기철 예비후보는 운이 좋은 편이다. 감정평가사인 그는 2004년부터 사용해온 사무실을 건물주와 협의해 선거사무소로 바꾸고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정 후보는 "오랫동안 사무실을 임차해온 덕에 건물주가 편의를 봐줬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해보면 야당을 지지하더라도 주변 눈치를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명함을 받을 때 주위를 둘러보는 분들도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역 상황을 잘 아는 조명래 예비후보는 '역전략'을 택했다. 차량 통행이 많아 후보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팔달교 부근 대신 북구 읍내동의 5층 건물 2층에 선거사무소를 냈다. 조 후보는 "위치가 괜찮은 장소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이미 선점했다. 우리 사무소가 있는 곳은 구미공단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오가며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건물 임차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새누리당 지지 정서가 강한 대구 분위기 탓이다. 이웃으로부터 "야당한테 건물 빌려줬다"는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건물주가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결제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선거사무소는 두세 달 선거철 단기 임대여서 평소보다 임대료가 2, 3배 더 비싸다. 당선이 불확실한 이름 없는 야당 후보들에게 사무실을 내줬다가 선거 패배 후 임대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하는 건물주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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