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에 사는 A(20'여) 씨는 지난해 10월 끔찍한 일을 당했다. 의문의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와 "술 마시고 함께 잔 동영상이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SNS에 올리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A씨는 지레 겁을 먹고 남성이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통해 요구하는 수치스러운 자세나 성적인 행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A씨는 2주 이상 지속적으로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남성은 랜덤채팅앱에서 A씨와 익명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던 적이 있었고 A씨가 앱에 남긴 전화번호를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몸캠'과 관련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몸캠을 이용한 성범죄부터 '몸캠피싱'이라는 신종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퍼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마켓에 등록된 대부분 채팅앱은 성별과 별명을 입력하고 이용약관에 동의하는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채팅앱을 내려받고 '10대 여성'으로 사용자 등록을 했더니 '페이(pay)' '용돈' '가능' '보여줘' 등 각종 은어를 사용해 몸캠이나 조건만남을 제안하는 쪽지가 순식간에 10건 남짓 쏟아졌다.
채팅앱을 통해 청소년들마저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김지은 대구해바라기센터(아동) 부소장은 "청소년들은 판단능력이 부족해 가해자의 요구에 못 이겨 신체 사진을 전송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 실수로 보낸 사진을 미끼로 계속 심한 행위를 강요하는 사례가 잦다"고 말했다.
더욱이 몸캠피싱이라는 사기범죄까지 등장했다. 채팅앱을 통해 남성에게 알몸으로 화상채팅을 하자고 제안해 남성의 동영상을 확보한 뒤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는 수법이다.
김용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팀장은 "몸캠피싱으로 3차례에 걸쳐 250만원을 송금한 사례 등 피해 구제 상담자가 급증하고 있다. 채팅앱에서 출장마사지업체인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선금을 입금하라며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해자 처벌이 쉽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유출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몸캠을 통한 피해가 생겨도 개인정보나 증거자료가 남지 않아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사건 접수나 수사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랜덤채팅앱이 워낙 많은데다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가입 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추적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를 잡아도 이미 유출된 사진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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