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독보적 예능이 된 '진짜 사나이'

혹독한 훈련 겪으며 '짠내'가 '훈내'로…군대 가길 잘했네

#네 번째 여군특집 준비 또다시 화제

#마흔 넘은 '중년 특집'도 촬영 마무리

#오라는 軍 부대 많아 예능 대세 우뚝

벌써 3년째 일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을 장악하고 있는 특이한 예능 한 편이 있다. 군복 입은 연예인들의 땀 냄새가 느껴지는 프로그램, MBC '일밤-진짜 사나이'다. 평균적으로 10% 중반을 오가는 시청률과 함께 동시간대 1, 2위를 다툰다. 화제성 또한 뛰어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대중의 주목도가 높다. '연예인의 군대 체험'이란 진부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뻔한 내용을 진취적인 마인드와 끈기로 밀어붙이며 '볼만한 콘텐츠'로 바꿔놨다. 흔해 빠진 재료가 사용된 음식에 비법 양념을 가미해 일품요리로 바꿔놓은 셈이다. 비슷비슷한 영상과 내용의 반복, 그리고 출연자 및 촬영장소 섭외 문제 등으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말도 들었다. 하지만 매회 강도 높은 훈련 속에 연예인들을 던져 놓고 흥미로운 내용과 캐릭터를 보여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네 번째 여군특집 편의 멤버가 확정돼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는바, 이를 계기로 '진짜 사나이'의 인기비결을 살펴봤다.

◆네 번째 여군특집 멤버 확정, 제2의 혜리 나오나 기대 만발

최근 '진짜 사나이'는 네 번째 여군특집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2014년 8월 처음으로 실시한 여군특집에서 걸스데이 혜리가 단번에 스타로 떠오르면서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 편이 '스타의 산실'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당시 혜리는 하사관 훈련 과정을 수료하기 위해 실제 여군 하사관 후보생들의 훈련에 참가한 후 퇴소식을 가지다 분대장과 인사를 나누던 과정에서 보여준 애교로 단번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혜리가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어려웠던 훈련 과정에서 야속하게 느껴졌던 분대장과 작별인사를 나누다 우연히 터져 나온 애교일 뿐이다. 그런데 이 모습이 워낙에 귀여워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혜리가 유독 크게 떠올랐던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타 출연자들이 주목받지 못했던 것도 아니다. 첫 번째 여군특집 편의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라미란은 촬영 당시 39세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여군들과 맞대결을 해도 될 만큼 왕성한 체력을 과시해 화제가 됐다. 이미 영화와 드라마에서 '명품 조연'으로 알려지고 있을 즈음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버틴 배우 김소연 역시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호감도를 끌어올렸다.

이듬해인 2015년 1월에 방송된 두 번째 여군특집은 전편보다 더한 화제성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배우 김지영과 강예원, 또 박하선과 이다희, 개그우먼 안영미, 아나운서 이지애, 가수 엠버와 윤보미 등이 출연해 과반수 이상의 멤버가 숱한 이슈를 뿌렸다.

세 번째 여군특집에도 힙합 가수 제시, 배우 유선과 한그루, 또 한채아와 신소율, 개그우먼 김현숙, 전 테니스 선수 전미라, 트로트 가수 박규리와 국내 활동 중인 일본인 사유리 등이 출연해 큰 인기를 누렸다. 특히 제시는 '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면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스타 뮤지션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이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 자사 소속 연예인들을 내보내기 위해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 및 음원 발매 스케줄이 겹치더라도 '진짜 사나이'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지침이 나올 정도다. 개인 스케줄을 이유로 '진짜 사나이' 합류를 고사한 이들이 후회하는 모습을 필자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4기'라고 부르는, 어느새 기수화가 된 '진짜 사나이'의 여군특집 네 번째 멤버는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 피에스타 멤버 차오루, 애프터스쿨 나나, 트와이스 다현, 배우 공현주와 김성은 및 이채영, 개그우먼 김영희 등 8명으로 정리됐다.

국군의무학교에서 의무부사관이 되기 위한 훈련을 시작해 간호 교육 및 응급처치 등에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21일부터 4기 여군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쟁쟁한 아이돌 걸그룹 멤버들이 대거 투입된 것만 봐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한 기획사들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또 '진짜 사나이'에 대한 연예계 관계자들의 기대가 얼마나 상당한지 짐작할 수 있다.

◆쉽지 않은 기획을 대박 히트작으로…

현재 '진짜 사나이' 측은 조민기, 배수빈, 윤정수, 석주일, 미노, 김민교, 이동준 등을 모아 '중년 특집' 촬영을 마쳤다. 말 그대로 마흔이 넘은 연예인들을 다시 군대로 보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주겠다는 기획이다. 여자 연예인은 물론 중년 연예인 등 성별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를 투입해 끊임없이 신선한 활력을 주겠다는 기획으로 보인다.

사실 '진짜 사나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대한민국 방송사에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상파에서 다양한 형태로 군대를 다뤘다. 그중 쇼 형식으로 사랑받았던 프로그램이 '우정의 무대'다. 그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다큐 형식으로 군인들의 고생담을 보여줬고 그 일환으로 연예인들의 군 체험, 그중 여자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을 보여주곤 했다.

여기에서 '진짜 사나이'의 장점을 언급해야 한다. 먼저 이야기를 꺼낸 군 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쇼 형식 또는 연예인들의 형식적 체험에 그쳤다. 특히 여자 연예인들은 그저 하루 시간을 내 내무반에 들러 군인들의 환대를 받고 군복에 완전군장을 하고 잠시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전부였다. 간혹 유격훈련장에 투입되더라도 리얼하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그러니 '진짜 사나이'가 달라 보일 수밖에 없다. 타 프로그램과 달리 '진짜 사나이'는 아예 출연자들을 실제 군인들의 훈련 과정에 포함시켜 그들의 일정에 동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출연자들은 목적이 '원활한 군 생활'이나 '참된 군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는 군대의 혹독한 훈련을 겪으며 내면의 자기와 싸워 이기는 과정을 겪게 된다. 최근 멤버들 중 MBC 아나운서 이성배는 고소공포증을 이기고 숱한 고공 레펠 훈련을 통과했고, 비쩍 마른 체형의 허약한 래퍼 딘딘 역시 해병대와 UDT 등 고난도 군 훈련을 마쳐 눈길을 끌었다.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많았다. 군 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런데도 '진짜 사나이'가 3년째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는 건 앞서 전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국 제작진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 되는 걸' 되게 만드는 '군대 정신'이 절묘하게 프로그램의 성격에 접목돼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실제로 '진짜 사나이'는 첫 방송 당시 방송 전문가들로부터 '쉽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던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을 군인들의 생활에 동참시켜 생생한 체험기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은 좋았지만, 막상 출연자들은 '예능'과 '리얼' 사이에서 헤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리얼해보이는 듯한' 연예인들의 군 체험기가 재미있게 다가왔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가면서 '예능도 다큐도 아닌' 프로그램에 대한 식상함이 느껴졌다.

이때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크게 마음먹고 결단을 내렸다. 아예 출연자들의 머리를 빡빡 밀어버리고 입소 과정부터 함께하는 것으로, '다큐'로 가되 그 안에서 제작진이 알아서 '재미'를 찾겠다는 방식이다. 가뜩이나 힘든 훈련과정에 투입된 출연자들은 앞뒤 잴 여유도 없이 그저 따라가기 바빴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들을 제작진이 살려내 캐릭터화했다. 그 속에서 김영철처럼 침체기에 머물렀던 연예인이 다시 '예능 대세'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제 각 부대들은 '진짜 사나이'를 통해 자대 홍보를 하려 애쓴다. '고생 찬양 후 감동'이란 식상한 코드로 빠질 만한 함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진짜 사나이'는 꽤 많은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편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