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나라 걱정에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난다는데 집권 여당,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아닌 것 같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대통령은 연일 안보 위기를 이야기하고 북한 응징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저들은 다른 데 정신이 팔려만 있다.
남북문제는 전적으로 대통령 몫이라고 보는 건지, 대한민국 안보는 미국이 책임져 주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걱정된다. 미국과 중국의 만남에서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됐다가 저하되는 구조임을 간파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신경과 패거리 싸움에는 친박이든 진박이든 비박이든 계파 구분도 없다. 친박과 진박이 먼저 도발을 하고 비박이 맞대응을 하는 구도라고들 하지만 이들에게는 그것뿐이다. 도무지 이 정권을 책임져야 할 여당답지 않다.
대통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회만 있으면 국회를 성토하고 국민들을 향해 국회 심판을 호소했다. 입이 아프도록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인지 설득력은 떨어져만 갔다. 올 들어서 부각된 대북 문제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서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키고 북한의 체제 붕괴와 정권 교체까지 거론하며 국론 통일을 호소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갈수록 약발이 떨어지니 시간도 대통령 편이 아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대한민국의 위기를 강조하고 북한 정권의 체제 붕괴와 정권 교체를 이야기해도 집권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 모양인데 국민들에게 확 와 닿는 게 있을 리 없다. 결국 대통령 입만 아프다.
대통령도 위기라고 하고, 해외에서도 공감을 표시하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눈에는 위기가 아닌 모양이다. 다들 아는 거지만 새누리당 돌아가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진실한 사람' 감별사 논란에다 진박 마케팅까지 나와 전국적인 웃음거리가 되더니 이번에는 또 살생부란다. 작성자가 누구인지, 유포자가 누구인지는 불확실하다. 비박계의 살아남기용 자작극이라고도 하고 칼자루를 쥔 친박계의 공천 학살 음모라고도 한다. 뭐가 됐든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은 오로지 '미워도 다시 한 번'에 목숨을 걸고 있을 뿐이다. 우선은 내가 살아야 하고, 그다음에 자기편을 살리고 다른 편은 죽어도 좋다는 식이다. 죽이려는 측과 살아남으려는 측의 갈등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살생부 다음에는 또 뭐가 터질지 불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누리당이 대표적 격투기인 UFC 경기가 벌어지는 옥타곤 같다고 한다. 옥타곤은 살과 피가 터지고 유혈이 낭자한 아비규환의 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버리거나 손을 내젓는다. 옥타곤에는 심판이라도 있지 새누리당의 싸움에는 심판도 없다. 요 며칠 새누리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딱 그 짝이다.
이 상황을 학교에 비유해 볼 수도 있다. 선생님(대통령)이 자기 반(여당) 학생(국회의원)들은 야단치지 않으면서 옆 반(야당) 학생들이 좀 떠들고 말을 듣지 않는다고 책상을 여러 번 치면서 나무란다고 치자. 영이 설 리 없다. 반발심만 생길 뿐이다. 먼저 자기 반 학생들을 조용히 자습이라도 시켜놓고 옆 반에 가서 잘 타이르면 말이 통할지도 모른다.
삼권분립이 불변의 명제가 된 21세기에 대통령을 담임선생님에, 국회의원을 학생에 비유한 것은 지나친 비약이거나 시대착오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질서도 없고 계통도 없는 반(새누리당)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다. 담임선생님(대통령) 말고 적임자는 별로 없다. 그래야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국민)들에게도 선생님(대통령) 말씀이 제대로 귀에 쏙쏙 들릴 수 있다.
지금처럼이라면 새누리당 국회의원들 때문에라도 대통령의 말발은 더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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