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최고 명문가 자제가 1천억 원대 사기꾼으로

 미국의 최고 상류층 가문 출신 투자 전문가가 1천억 원대 사기꾼으로 전락해 월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최대 소비자 금융기관인 베네피셜의 상속자 핀 캐스퍼슨의 아들 앤드루 캐스퍼슨(39)이 그 주인공.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말 캐스퍼슨을 약 9천500만 달러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당국이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수사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7일 보도했다.

 그의 아버지 핀은 1998년 베네피셜을 매각해 86억 달러를 손에 쥐었고,그 돈으로 하버드,프린스턴 등 미국 대학들에 거액을 기부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이름이 높았다.개인 최대 금액인 3천만 달러를 기부한 하버드 로스쿨에는 지금도 '캐스퍼슨 스튜던트 센터' 건물이 있다.공화당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큰손'으로 미국 정계에서도 거물로 통했다.

 앤드루 캐스퍼슨은 명문가 자제답게 미국 최고의 사립고로 알려진 그로턴 스쿨과 프린스턴대,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다.

 프린스턴에서는 배타적인 상류층 자제 모임인 '아이비 클럽'에서 활동했고 클럽1년 후배였던 캣 맥레이와 캠퍼스 커플로 결혼까지 약속했다.하지만 세계무역센터 건물에서 근무하던 맥레이는 9.11 테러 때 목숨을 잃었다.그의 인생에서 첫 번째 비극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술회한다.

 이후 월스트리트의 최대 사모펀드 업체 가운데 하나인 콜러 캐피탈에 입사한 그는 9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그에게 두 번째 비극이 찾아왔다.2009년 아버지 핀 캐스퍼슨이 로드 아일랜드 별장에서 권총으로 자살한 것이다.그의 죽음을 놓고 암을 비관한 자살이라느니,해외은행 계좌를 이용한 탈세 혐의 수사 때문이라느니 하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정확한 진실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그에 대한 수사는 그의 자살로 종결됐다.

 2013년 블랙스톤 그룹 계열사인 파크힐 그룹의 파트너로 전직한 앤드루 캐스퍼슨은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고,가족 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도 그에 못지않게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남몰래 고위험 주식 투자에 탐닉했다고 한다.마치 마약이나 도박에 빠져들듯이 투기적 주식 투자에 몰두했지만,주변 사람들은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사모펀드 투자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돈들 가운데 일부도 그의 고위험 주식 베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그는 지난해 여름 무렵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게 된다.그 직전 그가 다니던 파크힐은 '어빙 플레이스 캐피털 파트너스 Ⅲ SPV'라는 상품을 내놓았다.이 상품은 7월에 15억 달러의 자본유치에 성공해 거래를 종료했다.

 그 직후 앤드루 캐스퍼슨은 '페이퍼 컴퍼니' 설립이 용이한 델라웨어에 유령 회사 하나를 차리게 된다.회사명도 '어빙 플레이스 Ⅲ SPV LLC'라고 똑같이 짓고 새 계좌도 만들었다.그런 다음 마치 파크힐에서 팔았던 것과 거의 동일한 상품인 것처럼 속여 지인들을 유인했다.어빙 플레이스의 자산으로 5천만 달러의 투자금액에 대해 원금을 보증할 수 있으며 연간 15%를 벌게 해 준다는 달콤한 유혹이었다.

 사기 피해자 가운데는 그의 어머니와 형제를 비롯해 대학 동기들이 다수 포함돼있었다.그의 대학 동기이자 헤지펀드인 무어 캐피탈의 임원이었던 제임스 매킨타이어는 무어 캐피탈과 관련된 한 재단 명의로 2천500만 달러를 투자했고,개인적으로도 40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의 사기 행각은 지난달 초 매킨타이어에게 2천만 달러 추가 투자를 권유하던 과정에서 위조된 이메일이 들통나면서 무어 캐피탈 측이 파크힐에 관련 사실을 확인해 드러나게 됐다.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캐스퍼슨은 사기로 끌어들인 돈들을 대부분 투기성 주식에투자해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한 지인은 "가장 명망 있는 사모펀드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존경받고 세련된 투자가로 명성이 높은 그의 말을 누가 믿지않을 수 있었겠느냐"면서 "거기다가 그는 베네피셜가 출신"이라고 말했다.

 캐스퍼슨은 지난달 26일 가족과 함께 플로리다 휴가를 마치고 뉴욕 라가디아 공항에 도착한 직후 아내와 두 아이가 보는 앞에서 수사당국에 긴급 체포됐다.지난 4일 보석금 500만 달러를 내고 석방된 캐스퍼슨은 맨해튼 병원에 입원해 정신질환 검사를 받았다.현재 PJT 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는 파크힐은 캐스퍼슨의 부도덕한 비행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그를 해고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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