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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주 위안부 할머니, 모국으로 '아픈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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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남은 유일한 한국 국적의 위안부 피해자인 하상숙(88) 할머니가 두 달 전의 낙상사고로 인한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10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을 출발해 한국으로 들어왔다.

1944년 일본군 위안부로 중국에 끌려갔던 하 할머니는 1999년 한국 국적을 회복한 뒤 2년여 잠시 한국에서 머무른 이후 약 10년 만에 병상에 누운 채 다시 고국에 온 것이다.

중국 중부지역 최대 병원인 우한 퉁지(同濟)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하 할머니는 이날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 동작구 중앙대병원 중환자실에 큰 탈 없이 입원했다. 하 할머니는 이곳에서 집중치료를 받게 된다.

앞서 이날 오전 우한 병원에서 구급차에 실려 톈허(天河)공항으로 이동한 하 할머니는 오후 1시30분께 서울행 대한항공 KE881편에 탑승했다.

오후 4시30분께 인천공항에 내릴 때까지 하 할머니는 모두 환자운송용 병상인 '스트레처'에 누운 채 이동했다. 대한항공은 하 할머니를 위해 좌석 6개를 빼내 스트레처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원래 우한과 인천을 오가는 항공기는 소형기인 B-737이지만, 대한항공 측은 하 할머니 이송을 위해 중형기인 A-330 기종을 투입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하 할머니는 환자용 입국수속을 거친 뒤 곧바로 구급차를 타고 중앙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 국적의 동행 가족 또한 외교부의 협조 아래 별도의 입국 수속만 밟고 뒤이어 병원으로 향했다.

앞서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박병준 교수 등 4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은 톈허공항에서 현지 의료진으로부터 하 할머니를 인계받았다. 중앙대병원 의료진은 이달 초 중국으로 건너가 하 할머니 건강상태를 진단한 뒤 한국으로 이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낸 바 있다.

중앙대병원 측은 하 할머니를 중환자실에 입원시켜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중국에서 받던 항생제 치료 등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혈액검사 및 정밀검사 등을 시행해 정확한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추가로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가 평소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앓아왔고 현재 병세가 깊어서 완전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 할머니의 귀향에는 중국과 한국 양국의 특별한 배려도 있었다.

중국 당국은 하 할머니 이송 편의를 위해 별다른 출국 절차를 밟지 않고 곧바로 하 할머니를 태운 구급차가 공항 주기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협조했다. 애초 병원 구급차에서 공항에서 사용하는 구급차로 옮겨야 하는데 이를 생략해준 것이다.

이에 따라 공항에서 리프트카를 이용해 하 할머니를 곧바로 기내로 이동시킬 수 있게 됐다.

여성가족부는 하 할머니의 중국 치료비 4천8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한국에서의 치료비 또한 지원한다. 일단 오는 11일 주민등록을 회복하고 국민건강보험도 취득할 계획이다.

보호자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경비와 제반 시설도 제공하기로 했다.

또 할머니나 가족이 원할 경우 요양병원 등에 입원해 장기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는 것도 도울 예정이다.

강은희 여가부 장관은 "할머니께서 안전하게 귀국하셔서 다행이다. 할머니가 가슴 깊은 상처를 입고도 한평생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을 잃지 않고 강건하게 살아오신 데 대해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면서 "고국의 따뜻한 품 안에서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하시도록 치료 지원에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 할머니는 지난 2월 15일 이웃과 다툼을 벌이다 2층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갈비뼈와 골반 등이 부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아흔을 앞둔 고령에 부러진 갈비뼈가 일으킨 폐 염증으로 한때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지냈으나 최근 의식을 회복하고 병세가 다소 호전됐다.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고 호흡 상태도 한결 나아지며 주변을 인지하며 고개도 끄덕거릴 수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이번에 하 할머니와 동행해 한국에 온 셋째딸 류완전(劉婉珍·63)씨와 손녀 쉬팅팅(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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