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위대한 소원' 배우 안재홍

배우 안재홍(30)은 "나는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그냥 열심히 연기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속에서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기에, 또 그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 얼굴만 봐도 미소가 나오는데 그는 "평상시는 전혀 정봉이 같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1월까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이 모습을 평상시에는 찾아볼 수 없다고 아쉬워하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친구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나선 절친한 친구들의 혈기왕성한 코미디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도 정봉이가 생각나는데, 안재홍은 연기를 열심히 아주 잘한 것뿐인 듯하다. 그가 이 영화에서 연기한 갑덕은 친구의 소원을 들어줄 여자를 찾으려고 여기저기를 다니다 뺨을 엄청나게 맞는 인물이다.

이 외에도 아버지에게 얻어맞아 눈이 벌겋게 충혈되는 등 등장하는 신마다 웃음을 담당하는 캐릭터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B급 영화 코믹 캐릭터로 엄지를 추켜세워도 될 만하다. 하긴 그는 독립영화 '족구왕'에서도 코믹한 복학생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전하며 존재감을 확인시켜준 바 있다.

그의 안에는 코믹 본능이 내재한 듯하지만 평상시에는 진중하다는 표현을 해야 할 정도다. 질문은 길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단답형인 게 많았다. 안재홍은 "학창 시절 때도 평범했다"며 "학생이라는 신분의 범주에 벗어나지 않게 적당히, 평범하게 시간을 보냈다. 말썽을 일으킨 적도 없고, 가출해 본 경험도 없다"고 웃었다.

내향적인 그가 배우의 길을 꿈꾼 건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극장도 자주 갔고, 비디오 대여점 사장과는 두터운 친분이 생길 정도였다. 그는 "막연했지만 연극영화과에 한번 가보고 싶더라"고 회상했다. 이후 독립영화 등에서 열심히 차곡차곡 활동한 그는 지난해 '응답하라 1988'로 단박에 스타가 됐다.

"신기하고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불편하지도 않고요. 기분 좋은 불편함이라고 할까요? 제가 어디 갈 곳을 못 가는 정도는 아니거든요.(웃음)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친구들과 프로필 돌리다가 '언제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줄까?'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되니 기분이 좋긴 해요."

아무래도 '응답하라 1988'은 안재홍에게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 될 것 같다. 시간이 흘러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위대한 소원' 촬영을 쉬는 날 서울에 가서 오디션을 봤어요. 정봉이 캐릭터에 대한 정보가 없었지만 하던 대로 연기했죠. 운 좋게 맡게 된 것 같아요. 가끔 기사 댓글을 읽는데 드라마 방송 당시 '어릴 때 우리 동네에 똑같은 형이 있었다'는 글을 봤을 때 가장 좋았어요. 사람들의 추억까지 꺼내놓을 수 있었으니까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

"코믹한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그이지만 '응답하라 1988'의 캐릭터가 강력한 때문인지 비슷한 작품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게 혹시 기분이 나쁘진 않을까. 안재홍은 "꼭 비슷한 캐릭터의 작품 제의만 들어오는 건 아니다"며 차기작인 영화 '임금님의 사건 수첩'에 대해 언급했다. 조선의 임금과 그를 따르는 사관이 나라를 뒤흔드는 거대한 음모를 함께 파헤쳐 가는 이 영화에서 안재홍은 장원급제한 인물을 맡았다.

"비슷한 모습도 볼 수 있겠지만 비범함도 있어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바람은 다양한 작품에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거예요. 어떤 생각이나 계획을 할 시기나 단계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앞으로 잘 걸어가고 싶을 뿐이죠."

사랑 이야기에도 솔직히 욕심을 냈다. "저도 출연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수줍음을 타는 사랑 이야기도 좋고요. 격정 멜로도 좋죠. 다 좋아요. 할 수만 있다면요. 하하하."

안재홍은 오는 28일 개막하는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다. 그가 연출한 영화 '검은 돼지'가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단편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하루 세끼 짜장면을 먹게 되는 사람의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배우뿐 아니라 연출자로서, 또 다른 재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무래도 더 많이 긴장돼요.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긴 하는데 제가 연출자로서 뭘 할 건 아니에요. 그냥 예전에 영화를 만들었던 것뿐이죠. 앞으로 연출 계획도 전혀 없고요. 그 과정이 즐거웠던 것이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죠. 그럼 제 위대한 소원은 뭐냐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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