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핵실험 후 또 되풀이하는 북의 대남 평화공세

4차 핵실험 후 유엔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대화를 들먹거렸다. 36년 만에 열었다는 북 노동당 7차 대회에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조국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아가 남북 군사 당국 간의 회담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이런 대화 제의는 물론 북한이 핵 강국이라는 주장을 전제로 했다.

핵실험 후 제재 국면에서의 북의 대화 제의는 상투적이다. 지난 2006년 10월 첫 핵실험 후 유엔이 제재를 결의하자 북은 6자회담을 받아들였다. 2007년 초 모든 핵 시설 불능화 및 핵 프로그램 신고에 합의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2009년 5월 2차 핵실험 후에도 현대그룹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합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때는 유엔이 제재를 가하자 6월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당국회담을 제의했고, 7월에는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을 제안했다. 도발로 남북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서는 곧 이은 핵실험, 유엔 대북 제재, 다시 평화공세를 통해 돌파구 찾기의 과정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의 대화 제의는 늘 다목적이다. 대화를 제의하는 모양새를 보여 한반도 긴장의 이유가 자신들에게 있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내세운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 가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대화를 제의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어지는 남남 갈등도 노림수다. 핵이란 초강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몇 달 지나지 않으면 어김없이 남쪽에선 대화론이 고개를 든다. 이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핵 개발을 위한 북의 시간 벌기는 늘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공 가도로 접어들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북은 당 대회를 하며 어느 곳에서도 핵 포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계가 비핵화하면 자신들도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의 발언은 오히려 핵을 공고히 하겠다는 말이다. 조국 통일을 위해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이 중요하다는 말은 핵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북의 대화 언급에 동요할 필요가 없다. 이번 기회에 북을 확실히 다스려야 한다. 또 어물쩍 넘겼다간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닌 북한 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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