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일마이스터고, 학폭 사라지게 만든 교실 '투명유리창'

이윤재 교장 교육실험 성공

지난 2013년 3월 대구일마이스터고로 부임한 이윤재 교장은
지난 2013년 3월 대구일마이스터고로 부임한 이윤재 교장은 '등교시간 후 교문 폐쇄' 등 강력한 조치로 학교폭력'지각없는 학교를 만들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일마이스터고(동구 효목동)의 교장실은 전면이 투명유리창으로 돼 있다. 커튼이나 가림막도 없어 복도를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이윤재(59) 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 일마이스터고는 교장실뿐 아니라 교실마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유리창이 설치돼 있다.

투명유리창으로의 교체는 지난해 초 이 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4년 5월 마이스터고로 지정되기 전인 '동부공고' 시절, 학교는 폭력, 비행을 일삼는 학생으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정도였다. 교육부가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실태조사 피해 응답률'이 전체 학생의 30%를 넘은 적도 있었다.

이에 이 교장은 셉테드(CPTED'범죄예방환경설계)를 적용해 출입문과 교실을 투명한 유리로 바꿨다. 교실 분위기는 한결 밝아졌고, 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 교장은 "사생활이 침해될 것이란 교사, 학생의 반발에 대비해 교장실을 가장 먼저 전면 유리로 바꿨다"며 "투명유리창으로 바꾼 첫 학기인 지난해 1학기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0%를 기록했다"고 했다.

'파격 교육 스타일'로 알려진 이 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지난 2013년 3월 부임한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무단결석'조퇴'지각하는 학생은 전교생 1천 명 중 하루 200여 명에 달했다. 학생들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대 연기가 안 보이는 날이 없었다.

"학생들의 행방을 확인하느라 수업을 못하는 등 분위기가 엉망이었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없어지지 않는 담배꽁초 때문에 청소 직원은 두 달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이 교장은 부임 한 학기 만에 '등교시간 후 교문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러자 매일 오전 학생 수십 명이 교문 앞에 줄지어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교실로 들여보내 달라는 학생에게 이 교장은 '학생으로서 자격이 없으니 집에 가라'며 단호하게 대했다.

학생들과 전쟁은 한 학기 내내 이어졌다. 펜스를 넘어 몰래 교실로 가는 학생이 있자 학교는 펜스 전체에 철조망을 둘렀다. 펜스 나사를 풀고 들어오는 학생이 생기자 아예 펜스에 있는 모든 나사를 용접했다.

"'학교가 학생을 내쫓는다'는 학부모 민원이 들끓었습니다. 하지만 학생 본인의 나쁜 행실을 깨닫게 하려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이 제일 효과적이었습니다. 서부공고, 경북기계공고 등에서 16년간 학생부장교사로 일한 노하우가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교장의 강한 대응에 학생들은 서서히 변화를 보였다. 조금만 늦어도 결석처리가 되자 학생들은 출석 일수 미달을 걱정해 등교 시간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부임한 지 1년 만에 무단결석'조퇴'지각없는 학교로 거듭났다.

2014년 마이스터고로 지정되면서 학력도 급격히 성장했다. 과거 공고 시절에는 학생 대부분 중학교 내신 성적 상위 90% 이하였지만 지금은 평균이 상위 30% 선이다.

2019년 2월 정년퇴직인 이 교장은 일마이스터고가 마지막 부임지다. 이 교장은 "교직에 있으면서 가장 고민하고 힘들었던 곳, 그러면서도 가장 교사다운 교사로 만든 곳이 바로 이 학교"라며 "초임 교사 시절 가졌던 열정을 이곳에서 불사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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