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멀쩡한 폐도석, 건설슬러지로" 포항시-폐기물헙체 유착?

18일 포항 남구 대잠동 한 아파트 신축 현장. 폐토석이 가득 쌓여 있었다. 지난주 포항 남구청으로부터 반출 허가를 받았지만 이를 처리해 주기로 한 업체가 돌연 거부, 공사까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다른 처리업체를 물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폐토석을 처리, 돈을 벌어야 하는 업체들이 이유 없이 이를 외면하고 있었다.

2013년 북구 두호동에서 복합시설을 공사했던 업체와 최근 남구 해도동에서 아파트 건설을 진행한 업체는 포항에 대해 고개를 흔든다. 재활용이 가능한 폐토석을 건설오니(슬러지)로 폐기처리하라는 포항시의 요구에 법적 분쟁까지 벌였다. 결국 업체가 이겼지만 공사 지연 등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다시는 포항에서 공사를 안 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포항이 폐토석 등 벤토나이트 성분이 든 폐기물 처리와 관련, 악명을 떨치고 있다. 멀쩡한 폐토석을 벤토나이트 성분이 소량 묻었다는 이유로, 건설오니로 처리하는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벤토나이트는 지하벽 붕괴 방지 공사에 쓰이는 안정액으로, 카드뮴이나 납, 비소, 수은 등의 유해성분을 포함하지 않는다. 흙처럼 고체 상태면 폐토사, 밑바닥 액체 상태면 건설오니로 처리한다.

건축사들의 지침서로 불리는 '건축시공 이야기'에는 벤토나이트를 건설오니로 볼 법적 근거가 없는데 유일하게 포항에서만 법적 문제로 비화된 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바닥의 물과 섞여 진흙처럼 뭉쳐진 벤토나이트만을 건설오니로 봐 처리하고 있다.

포항시만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포항 지역 건축사들은 "포항의 오랜 관행"이라며 특정업체와 공무원의 유착 관계를 의심했다. 건설오니를 처리하는 업체는 포항에 한 곳뿐이고, 이 업체와 거래하지 않으면 익명의 제보자들이 '거짓 민원'으로 공사현장을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라는 것이다.

포항시는 이 민원을 근거로, 건설업체를 불러 형사고발 등을 얘기하며 폐기물 처리를 종용한다. 폐토석을 처리가격이 2~3배 이상 비싼 건설오니로 둔갑할 수 있게끔 행정 당국이 앞장서 주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포항시가 벤토나이트 묻은 흙을 폐토석으로 처리하라며 필증을 내주고도,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폐토석을 다시 건설오니로 처리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특정업체의 이윤을 위해 멀쩡한 폐토석을 건설오니로 처리하게 유도하는 포항시의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포항 남구청 관계자는 "그런 행정을 한 적이 없다"며 "처리필증을 내준 폐토석을 지역 업체들이 받지 않는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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