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교육 미래, 교실수업 개선이 답이다] 대구 노변중

수업 주인공은 학생…친구에게 문제 내고, 이해도 시킨다

노변중의 한 1학년 학생이 과학의
노변중의 한 1학년 학생이 과학의 '열과 우리 생활' 단원을 통해 배운 내용을 활동지에 마인드맵, 그림 등을 활용해 정리했다. 노변중 제공
노변중에서 최근
노변중에서 최근 '내 몸은 황금비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수업에서 모둠을 이룬 학생들이 황금비를 해로 가진 이차방정식을 풀고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노변중 제공

교실수업 개선의 움직임이 수업에 임하는 학생과 교사들을 바꾸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교사들은 기존에 해왔던 자신들의 수업 방식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교실수업 개선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중학교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기르고 자유롭게 질문을 던지는 수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매일신문 교육팀은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 사례로 대구 수성구에 있는 노변중학교의 교실수업 개선 현장과 그동안의 노력을 살펴봤다.

◆학생이 수업 주인공으로

최근 노변중 3학년 교실에서 열린 수학 수업 시간. 수학과 김정화 교사와 최재영 교사가 '이차방정식의 활용'이란 단원으로 각자 맡은 반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은 같지만 학생들에게 수학을 일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김정화 교사가 이차방정식 학습 방법으로 선택한 주제는 '내 몸은 황금비인가?'다. 김 교사는 ▷황금비를 해로 갖는 이차방정식 풀기 ▷배꼽을 기준으로 상반신 대 하반신의 길이가 1:1.618이 돼야 황금비에 맞는 신체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몇 ㎝짜리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수업을 열었다.

조별로 나눠 앉은 학생들은 무리수를 해로 갖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고자 서로 머리를 맞댔다. 대부분 조에서 문제를 한 번 만에 풀지 못했고, 학생들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학습장을 천천히 완성했다. 또 자신의 상반신, 하반신 길이를 황금비에 대입시키며 굽이 높은 구두를 이것저것 바꿔 신어봤다.

김정화 교사는 "기계적인 문제 풀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수학 지식을 실생활과 접목시킬 방법을 생각해봤다"며 "스스로 수학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따분하게 여겼던 수학 교과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최재영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출제한 이차방정식 활용 문제를 모둠별로 바꾸어 풀도록 하는 '팀워크 수업'을 진행했다.

팀워크 수업을 위해 학생들은 수업을 앞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며 어려운 문제집을 뒤져본 끝에 친구에게 줄 문제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문제인데도 너무 어렵게 내 쉽게 풀지 못하는 학생이 있자 교실 곳곳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한 학생은 "내가 낸 문제를 풀지 못해 머리를 싸매는 친구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며 "그 친구에게 문제를 이해시키는 것은 더 재미있었다"고 했다.

최재영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수학 문제를 만들어보면서 출제자의 의도는 물론 다양한 풀이 과정 등 해당 단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내용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학생을 수업의 주인공으로 참여시키는 노변중의 교실수업 개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위의 수업은 노변중이 몇 해 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팀 워크 수업'의 모습이다. 교사들은 큰 질문을 던져주고, 학생들이 서로 힘을 모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노변중은 몇 해 전부터 수업 및 평가 방법 개선을 통해 학생들을 수업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실수업 개선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진로도 스스로 찾도록 돕는 게 목표다.

◆교사들의 수업 고민과 도전

노변중은 몇 해 전부터 자유학기제 운영을 위한 교실수업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2013~2014년 시교육청의 '교실수업개선 희망학교'로 선정돼 모둠 활동, 협력학습을 중심으로 한 수업으로 바꿔나갔다. 1학년 교실은 기존 칠판을 바라보던 책상 배치에서 벗어나 'ㄷ'자 형태의 배치로 바꿨다. 토론 수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났고, 학생들이 활동지를 스스로 작성해보며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자기 주도 학습이 이뤄져 갔다.

동시에 학교와 교사까지 노력이 더해졌다. 우선 수업을 녹화해 평가'분석할 수 있는 '수업분석실'을 갖췄다. 그리고 매월 '수업 아카데미의 날'을 정해 교사들끼리 수업 발전 방향에 대해 협의, 토론할 수 있도록 장이 만들어졌다.

교실수업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한 것은 지난해 대구가 전국 최초로 자유학기제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로'진학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하는 시기인 만큼 학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과제는 학생들이 수업을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 만드는 과정이었다.

교사들은 가장 먼저 기존의 강의식'주입식 수업 방법부터 반성했다. 이를 위해 수업 개선을 위한 연간 계획을 세우고 강의 및 평가방법 개선에 나섰다.

홍영미 노변중 교감은 "'질문하세요'라는 교사의 물음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학생들의 미래에 물음표를 던지게 됐다"며 "등교로 시작해 학원으로 끝나는 단조로운 일상을 학교에서 바꿔주고 싶었다"고 했다.

◆변화하는 수업

노변중의 교실수업 개선 노력 중 가장 돋보이는 수업 연구법은 교사들 간 '수업 친구 맺기'다.

'수업 친구 맺기'란 교사 두 명이 짝을 지어 서로 수업을 참관한 후 서로에게 그 수업을 분석'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수업에는 '친구 맺기'를 한 선생님만 해당 교실로 들어가 녹화를 한다. '수업 친구'를 맺는 교사들은 가르치는 과목이 달라도 같은 반에 들어가 수업을 하는 교사면 된다. 교실수업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는 학생들의 성향, 반별 수업 태도 등에 따라 차이가 있는 수업을 내 놓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변중 관계자는 "모든 교사들이 수업에 다 참여하는 공개수업을 여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일부 교사들이 있었다"며 "또 '공개수업을 위한 수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교사들 간 수업 평가가 자연스러워질 때까지는 당분간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학습 과정과 배우는 즐거움을 깨닫게 하고자 일부 교과목에서는 평가방식도 개선했다.

실험, 탐구 과정이 중요한 과학 교과목에서 올해부터 기존 50%였던 지필 평가 비중을 40%로 낮추고 수행평가의 하나인 '학습과정 평가'를 기존 20%에서 30%까지 늘렸다.

'학습과정 평가' 비중이 늘어난 만큼 교사들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이를 위해 수업 중 실험, 공책에 실험 과정 정리, 마인드맵의 비중을 늘렸다. 교사들은 평가 도구를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마인드맵의 창의성 ▷프로젝트 과제의 충실도와 구성도 ▷협력학습에서 동료 평가 등을 평가 기준으로 채택했다.

그러자 수업 시간에 교사들이 칠판에 쓴 필기 내용만 열심히 베껴 쓰던 학생들은 바뀌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마인드맵을 비롯해 다양한 그림, 색깔을 이용해 활동지를 채워나가며 배운 내용을 되새겼다.

노변중은 이미 올해 1년간의 교실수업 개선 일정을 모두 계획했다.

오는 7월에는 시교육청의 '찾아가는 교실수업개선 연수'에 전 교사가 참여하기로 했다. 여름방학 때는 2학기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평가 방법을 개선하기 위한 워크숍을 계획 중이다.

소상호 교장은 "학교 내의 다른 어떤 것보다 '수업'이 중심이 되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교사는 '가르침', 학생은 '배움'을 통해 행복감을 얻을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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