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수륜중학교(교장 송진환)는 10년 전부터 스승의날이면 어김없이 장학금 봉투가 배달됐다. 봉투에는 졸업생이란 글씨만 있어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꼭 전달해 달라'는 메모만 있었다. 그동안 수륜중학교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 2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졸업생 가운데 누군가가 10년 동안 스승의날에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장학금을 보내온 것이다. 송진환 교장은 올해는 꼭 누구인지 찾아 감사의 인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송 교장은 인터넷 졸업생 카페와 동창회, 소인이 찍힌 우체국 등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한 달여 동안 수소문한 끝에 송 교장은 드디어 익명의 기부자를 찾아냈다. 익명의 기부자는 1998년 이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7명이었다. 송 교장은 이들을 학교에 초청하기 위해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은 이름 밝히기를 꺼리며 손사래를 쳤다. 송 교장의 끈질긴 설득과 부탁으로 결국 이들은 이달 16일 학교를 찾았다. 이상헌'배정호'이성봉 씨 등 총 7명이며, 30대 후반으로 회사원 또는 개인사업 등을 하고 있었다.
이상헌 씨는 "그 당시 어려운 형편에 학교 가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다"며 "소풍 갈 때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도 제대로 싸가지 못했을 때 선생님이 도시락이 없는 학생들에게 도시락과 과자 등을 사주셨다. 선생님의 이런 사랑이 우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배정호 씨는 "시골 작은 학교이다 보니 학생 수가 줄어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후배들을 위해 적은 금액이지만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수륜중학교 측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졸업생들의 뜻을 받들어 어려운 학생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송진환 교장은 "졸업생들의 장학금으로 많은 학생들이 큰 힘을 얻고 있다"면서 "요즘 같은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 10년 동안 익명으로 장학금을 보내온 졸업생들의 선행이 놀랍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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