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심근경색 수술한 최영인 씨

고향 친구의 배신…돈도, 건강도 다 잃어

당뇨병, 만성신부전을 앓다 최근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최인영 씨는 앞으로 살길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당뇨병, 만성신부전을 앓다 최근 심근경색 수술을 받은 최인영 씨는 앞으로 살길을 생각하면 막막하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심근경색 증세를 보여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 중인 최인영(가명'49) 씨는 온몸에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5년 전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고 혈액 투석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당뇨병이 악화되면서 발가락이 썩기까지 했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손목, 무릎 등 자해를 한 흔적도 곳곳에 있다. 인영 씨는 꿈많고 활발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 자신의 모습이 믿어지지 않는다. "자주 병원에 드나들면서 돈을 쓰는 일이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꿈 많던 젊은 시절

인영 씨는 젊은 시절에만 해도 꿈 많고 야무진 성격의 직장인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막내딸로 자라 어린 시절부터 생활력이 강했고 적은 돈이라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다. 전자부품 공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인영 씨는 빨리 돈을 벌어 기반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매일 밤늦게 이어지는 고된 노동에 가끔 동료는 노는 데 돈을 쓰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지만 인영 씨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러다 10년 전 평생 고생만 하며 산 인영 씨에게 큰 행운이 찾아왔다. 회사 대표가 일부 직원들에게 보너스로 준 주식이 폭등해 큰돈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짧은 시간에 수억원에 달하는 돈방석에 앉았어요. 힘들게 산 제 인생이 드디어 빛을 보는구나 싶었어요."

인영 씨는 부푼 꿈을 안고 남편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렸다. 집 대출금에 보태야 할지 아니면 자녀 교육비로 쓸지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영 씨는 큰돈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 화근이 될 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둘도 없는 고향 친구가 인영 씨에게 조심스럽게 보증을 부탁했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던 만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줬다. 하지만 보증을 서주자마자 친구의 태도는 확 바뀌었다. 그 친구는 인영 씨를 비롯해 주위 오랜 친구들과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그때부터 인영 씨의 몸과 마음은 망가져 갔다. 우울증이 심해져 섭식장애가 왔고, 밥을 입에 넣기만 해도 구토를 했다. 빵, 사이다 등 몸에서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음식만으로 연명했다.

"짧은 시간에 생긴 큰돈을 한번에 잃어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차라리 그때 많은 돈을 손에 쥐지 않았다면 제 몸이 이 지경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것 같아요."

◆점점 망가지는 몸

큰돈을 잃고 친한 친구에게 배신까지 당한 충격은 생각보다 컸다. 우울증과 섭식장애가 심해지면서 인영 씨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고 병원에 가는 날을 제외하곤 집에만 있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당뇨병, 만성신부전까지 왔다. 신장약, 당뇨약, 수면제 등 하루에 먹는 약만 서른 알이 넘을 정도가 됐고, 5년 전부터는 혈액 투석을 받아야 했다.

그러다 인영 씨는 얼마 전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몇 초간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바로 병원으로 가 받은 검사에서 심근경색 증세가 있으니 바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심활동량이 정상의 30%에도 못 미친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부종, 혈액순환장애로 체중이 급격히 늘었고, 발목 아래와 손가락에는 감각이 거의 없는 지경까지 갔어요."

1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술을 한 끝에 다행히 수술은 잘 마무리됐다. 하지만 인영 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입원비와 수술비로 1천만원에 가까운 병원비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용직으로 일하는 남편의 수입은 한 달 평균 70만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불규칙한 상황이다. 인영 씨는 지금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에 이렇게 몸져누워 있어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하는 데 익숙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건강을 회복해 예전의 꿈많던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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