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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역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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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경제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그 실체를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경제 불황을 사소한 일상현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경기가 나쁠 때에는 커피체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의 농도가 비용 절감을 위해 낮아지고, 기업의 광고비 지출이 줄어 신문의 부피가 얇아진다거나, 범죄율이 높아진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우리 주변에서도 경기침체에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다. 가벼운 예는 복권 판매율이 높아지는 것이고, 심각하게는 사람들의 카지노나 경마장 출입이 많아지고, 불법오락실까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속칭 '한 방'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이를 지칭해 '한탕주의'라고 말한다. 10억원만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어린 학생들의 인터뷰 내용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필자는 교육실습생 신분으로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전공에 맞게 음악교과를 담당했고, 가끔은 선배로서 또 선생으로서 예체능계열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과 상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하루는 연기를 전공하는 몇 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 중 진학을 목표로 하는 대학이 어디인지 물었다. 당연히 수도권 상위 5개 대학을 목표로 한다거나 지역의 대표 대학을 목표로 한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필자의 예상과 달리 학생들은 서울 강남에 있는 모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를 다시 물으니, 강남에서 학교를 다녀야 길거리 캐스팅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 대답에 대해 최선을 다해 조언해 주었지만, 학업과 경력을 쌓아 결과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한방에 결과물을 만들려는 한탕주의가 사회에 만연하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지난해 제9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작으로 공연돼 사랑을 받은 뮤지컬이 있다. '역전에 산다'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제목만 보면 인생역전(逆轉)이라는 한탕주의를 생각하게 하지만, 실제로는 역전(驛前'기차역 앞)에 사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그린다. 저마다 한때는 잘 나갔지만 작은 실수 때문에 역전에 모여 노숙생활을 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리는 작품이다. 비록 노숙인이 되었지만 꿈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과 그들을 이용해 한 방을 노리는 한탕주의자들 중 과연 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에 진정한 인생역전이 무엇인지, 17일부터 19일까지 수성아트피아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역전에 산다'에서 함께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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