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문경의 A시의원에게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번호는 010 휴대전화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의원님 오랜만입니다. 저 모르시겠습니까? 과거 한나라당 경북도당 부위원장을 한 ○○○라는 사람입니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이어 "문경에서 술한잔 하려고 하는데 제일 좋은 유흥업소 사장보고 저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A시의원은 "당신이 누군지 도대체 기억나지 않는다. 유흥업소는 잘 모르니 114 등에 알아봐서 직접 전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화를 끊었다.
30분쯤 뒤 B시의원에게도 같은 번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행정자치부 간부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문경에 귀한 손님들이 가니 고급 유흥업소를 추천해서 업주로 하여금 자신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B시의원은 전화 상대방 신분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만 자신에 대해 아는 듯한 말투에 별 의심 없이 지인이 운영하는 유흥업소에 연락했다. B시의원은 "행자부 간부라 하는데 예약을 하려고 하니까 전화를 한 번 해보라"고 했고 업주는 B시의원이 가르쳐 준 번호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오늘 저녁에 갈 테니 30년산 양주 3병과 도우미 아가씨를 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뒤 이 남성은 "현금을 쓸 일이 있는데, 술값 계산할 때 카드로 한꺼번에 할 테니 현금 500만원을 먼저 보내달라"고 했다. 업주는 조금 황당했지만 전화 속 남성에게 송금을 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업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업주는 "전화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말투에다 친분 있는 시의원이 연결해줘 당연히 시의원과 아는 사람일 것으로 생각해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수사에 나선 문경경찰서는 현재 경남에 연고가 있는 전화 속 남성의 신원을 파악, 이 사람을 찾고 있다.
문경경찰서 관계자는 "전화 속 남성은 비슷한 시기 전국 5곳의 지방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비슷한 수법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지역이 5곳이어서 5개 경찰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는 문경만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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