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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자궁경부암 백신' 맞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작용 논란에 학부모들 전전

20일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되면서,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20일부터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되면서,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번지고 있다. 매일신문 D/B

20일부터 만 12세 여성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이 실시되자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의 안전성 문제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 여성들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을 호소하며 국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내기로 하는 등 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명 '맘(mom) 카페'마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대한 문의 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내가 맞는 게 아니라 내 자식이 맍는 거라 더 신경쓰인다"면서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암 발병률 2위를 차지한다. 국내서만 매년 3천6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900여명이 숨질 정도로 위험하다.

이런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의해 발생한다. 백신은 HPV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 주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70% 이상 암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자궁경부암은 40~50세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점차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성 경험 시작 시기가 빨라져서다.

올해 처음 도입된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접종 대상은 2003년 1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1학년생으로, 약 47만명에 이른다. 예방접종은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실시하게 된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해당 백신의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의 한 13살 소녀가 HPV백신을 맞은 지 닷새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지난 7일 이 백신으로 피해를 입은 10대 여성 34명의 사례가 공개됐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HPV 백신을 맞은 여성 4명이 "전신 통증과 보행 장애 등의 부작용을 앓고 있다"며 정부와 백신 제조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더구나 일본은 지난 2013년 우리나라처럼 만 12~16세 여성 청소년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실시했지만, 부작용 사례가 잇따르자 3개월 만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재작년 11월까지 접종을 받은 초·중·고교생 338만명 가운데 2584명이 만성통증 등 부작용을 호소했고 최소한 186명은 호전되지 않았다.

[사진설명:일본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국가와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유럽의약품청(EMA) 등은 이 백신의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WHO의 경우 일본에서의 접종 중단 사태 이듬해인 2014년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큼의 백신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부인종양학회도 HPV 백신의 안전성이 장기간의 데이터로 입증됐다며 백신 접종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이 백신을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터키, 폴란드 등 5개 국가뿐이며, 지난 1월 기준 65개국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국가 필수예방접종으로 도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이상반응 감시와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되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 2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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