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로 알아보는 과일 당도·폭탄주 도수

포스텍 연구팀 광학 장비 없이 측정…김동성 교수 "제작 쉬워 활용도 높아"

"수박의 당도, 폭탄주의 도수를 맛보기 전에 알 수 없을까?"

과일 당도와 술 도수 등을 투명한 컵과 빛만 있으면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김동성 교수'박사과정 김원경 씨 연구팀은 광학 장비 없이 그림자로 액체의 굴절률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냈다고 27일 밝혔다.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지를 통해서도 발표했다.

학계는 이 시스템이 주스나 탄산음료의 당도, 국의 염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산업용 오일의 노화 정도와 건강 상태에 따른 체액의 변화 등을 확인하는 용도로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시스템 개발을 위해 빛의 속도에 따라 비율이 달라지는 굴절률에 주목했다. 굴절률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미경이나 광학 렌즈와 같은 고가 장비가 필요한데,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쉽게 구하지 못해 측정이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투명한 사각기둥에 원통형 저장 공간을 만들어 투명한 액체를 채운 뒤 사각기둥이 빛을 받을 때 나타나는 그림자를 통해 굴절률을 파악했다. 즉 액체의 굴절률이 증가하면 그림자의 너비가 감소(당도가 높아짐)하는 것을 보고 당도를 측정해낸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 샘플액체 실험에서 굴절률과 액체의 성질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결과를 얻었다. 그림자 너비에 따른 당도의 변화는 연구팀이 제시한 '기준 수치'를 참조하면 된다.

김동성 교수는 "제작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며 "산업계에서 폭넓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