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과씨 뺀 사과주스 '새농민상'…안동 부흥농원 고태령·김은정 부부

수상 조건 '35세 이상' 최연소…선친 '문자 사과' 이후 22년 만에

안동 부흥농원 고태령(35)
안동 부흥농원 고태령(35)'김은정(35) 부부가 농협중앙회가 선정하는 \'6월의 새농민상\'을 받았다.

안동의 젊은 농부인 부흥농원 대표 고태령(35) 씨와 그의 아내 김은정(35) 씨가 농협중앙회가 선정하는 '6월의 새농민상'을 받았다.

고 씨는 사과씨를 뺀 사과주스를 개발해 생산한 공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새농민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과씨에는 청산가리 성분인 시안화물이 함유돼 있는데 적은 양이라면 괜찮지만 다량으로 섭취할 경우 경련이나 호흡 곤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그는 "내 자식에게 사과씨를 먹일 것으로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각종 전문 서적과 씨를 빼는 기술이나 기계 등을 찾아봤지만 국내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외국으로 눈을 돌렸는데 여러 나라에 사과씨 빼는 기계가 있었으나 대당 6천만원이 넘는 고가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손재주가 있는 동네 지인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더니 자신이 한 번 만들어보겠다더니 며칠 뒤 실제로 기계를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고 씨는 "농사를 짓는 분인데 워낙 손재주가 좋아서 설계도를 보지 않고 무인 살포기 등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며 "내 고민을 듣고 사과씨 빼는 기계를 만들어와 무척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으로 고 씨 부부는 농협중앙회 선정 새농민상 최연소 수상자 기록을 세우게 됐다. 새농민상 수상 대상자는 만 35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상의 선정 기간이 고 씨의 생일과 맞아떨어져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안동시의원을 지낸 선친(고석환)이 '문자 사과'로 새농민상을 받은 지 22년 만에 대를 이어 같은 상을 받는 영예도 안았다.

고 씨는 "주최 측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라고 했는데 아버지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며 "존경하는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고 그 뜻을 따라 나도 농사를 짓고 이렇게 상을 받게 돼 무척 기쁘고 영광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한국4-H 중앙연합회 회장을 지냈으며,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라디오 찬조 연설자로 나서기도 했다. 당시 그는 박 후보 찬조 연설자로 나왔지만 "빈곤의 악순환에 시달리는 농촌현실을 직시하고 진짜 필요한 정책을 펼쳐달라"며 박 후보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그는 현재 한국농수산대학 현장교수로도 활동하면서, 자신의 농장에 매년 실습생을 받아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농사일은 오전 4시 30분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흙을 만지고 사는 고된 직업입니다. 하지만 내가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면 우리 모든 국민이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명감으로 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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