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대구는 광역시가 아닌 직할시였다. 그래도 나름 시(市)였기 때문에 주변에서 논, 밭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수확의 기쁨을 체감할 기회는 적었지만 대신 과수나무는 당시에도 꽤 볼 수 있어 '서리의 기쁨'을 누린 적은 제법 있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특히 지금의 코오롱 야외 음악당 부지는 감나무와 배나무가 제법 있었더랬다.
늦여름, 초가을이 되면 동네 아이들끼리 그 감을 따는 원정대를 꾸려 두류공원으로 나섰다. 준비물은 막대기와 보자기. 의기양양 산-지금은 나지막한 두류산이지만 어릴 때는 지금의 두류산도 꽤 높은 산이었다-으로 향하면서 '오늘은 보자기 가득 감을 따오겠노라' 다짐도 했었다.
원정대라는 그럴싸한 이름은 붙였지만, 사실 공원 정도의 산이 뭐 그리 높았을까. 잘 정돈된 공원 길을 가다가, 야외공연장 제일 위쪽-지금도 도로 쪽에서 보면 언덕이 제법 있다-으로 방향을 바꿔 수풀을 조금 헤치고 가면 키 낮은 배나무와 높다란 감나무가 우리를 반겼다. 감나무는 고학년 오빠들이 주로 나무를 흔들어 담당했고, 배나무의 설익은 돌배는 나도 손이 닿을 정도로 낮아서 손을 뻗어 배를 따 먹기도 했다. 하지만 맛있게 먹은 기억은 없고 '퉤퉤'하다 던지고 온 걸로 봐서는 그 배나무의 맛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했던 듯싶다. 대신 감나무는 꽤 맛이 훌륭한 감을 선물해주곤 했다. 대신 조금 늦으면 감은 홀라당 사라지고 말기 때문에 두류산 원정대는 늘 설익은 푸른 감을 따서 엄마들에게 '어서 단감을 만들어 내놓으라'며 재촉하기 바빴다.
여름철 시민들에게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는 두류공원에 갈 때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배를 맺고 감을 맺던 그 울창한 나무들, 내 어릴 적의 그 달콤한 저장소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그 나무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2016년 小史
▷신공항 무산=지방자치단체 간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됐다. 6월 21일 국토교통부는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결과를 들며 "용역을 수행한 ADPi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결정=한미 당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칠곡군, 충북 음성, 경기도 평택 등이 '사드 배치 반대'에 결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찬성=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한다.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영국국민은 탈퇴 51.9%, 잔류 48.1%로 'EU 탈퇴'를 선택했다. 이로써 영국은 1973년 EEC(유럽경제공동체'EU 전신)에 가입한 이래 43년 만에 EU를 떠나는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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