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사드 배치 발표로 촉발된 정부와 성주 군민 간 갈등이 2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해결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온 나라가 극심한 갈등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성주 군민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반발, 전자파 유해성 등을 주장하면서 반대투쟁에 나섰고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의 중요성, 사드의 무해성 등을 뒤늦게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이 지속된다면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확대되어 전 국민이 찬성과 반대로 양분돼 반목하게 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북한의 핵보다 더 큰 위험 요소가 되고 말 것이다.
성주의 갈등 해소 과정은 사뭇 명확하다. 첫째, 정부는 일방적인 사드 배치 발표로 인해 성주 군민이 입은 상처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그 치유 방안을 제시한다. 둘째, 건강 안정성, 지역경제 악영향, 전시 중요 표적 등 성주 군민의 우려에 대해 정부는 성주 군민, 중립적 전문가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한다. 셋째, 성주 군민은 국가 안보를 위한 주요 파트너로서 안보 기밀에 저촉되지 않는 한 사드 배치 과정부터 운영까지 참관한다.
이러한 과정이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다음의 해외 사례를 보자. A도시에서 고가도로 건설 계획이 예고되자 어느 지역을 관통할 것인지에 온 도시가 술렁이는 가운데, 건설 예정지역으로 B타운이 거론되었다. 언론은 연일 지역 주민들이 결사반대할 것이며, 찬성하더라도 터무니없는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A지자체는 이미 갈등관리팀을 구성하여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건설 계획의 취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의 예우를 갖춰 주민들의 걱정과 어려움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주민들이 돈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매도되고,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훼손함으로써 조상과 후세에 면목이 서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에 협의를 통해 주민은 토지를 기부하고, 지자체는 타운의 역사와 기부 취지를 기록하여 언론을 통해 알리기로 결정했다.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갈등 관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에서도 상호 존중의 불씨는 살아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를 사전에 공지할 수 없었던 점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과거와 같은 밀어붙이기 식이 아닌, 군민과 함께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성주 군민도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갈등이 더 복잡해지고 가열된다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 이는 정부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직접 소통하고자 하는 존중의 제스처이며, 이러한 성숙한 자세는 더 이상의 갈등 고조를 억제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우려되는 점도 있다. 갈등 관리는 정부와 성주 군민 모두의 몫이지만, 현재 국내외 사정을 고려할 때 처지가 더 급한 우리 정부에 그 책임이 더 쏠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 갈등 관리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질병이 있으면 유능한 의사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의 건강 관리 역량이다. 환자 스스로 질병을 치료한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난센스다. 갈등 관리도 마찬가지다. 정부도 갈등을 앓는 환자라면, 스스로 환부에 메스를 댈 수는 없는 것이다. 더 이상 갈등이 고조되고 확산되지 않도록,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찾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것이 정부의 갈등 관리 역량이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이미 40여 회의 발사체 발사와 4번에 이르는 핵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더 이상 안보를 둘러싼 갈등에 시간과 노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정부와 성주 군민 간 상호 존중의 불씨를 살려 서로 상생하는 성공 사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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