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면서 즐기는 답사여행] 영양 주실마을

'시인의 숲' 지나면 자태 드러나는 문학마을

주실마을 호은종택. 청록파의 한 사람인 시인 조지훈 생가다.
주실마을 호은종택. 청록파의 한 사람인 시인 조지훈 생가다.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관
주실마을 조지훈 문학관
입암면 산해리의 국보 제187호 봉감모전5층석탑
입암면 산해리의 국보 제187호 봉감모전5층석탑
남이장군 전설이 깃든 남이포
남이장군 전설이 깃든 남이포

해와 달을 아울러 품은 일월산(日月山)의 고장!

전라도의 오지(奧地)를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이라 한다면, 경상도의 오지는 BYC(봉화, 영양, 청송)로 불린다. 그 BYC 중 한 곳인 영양은 청양(靑陽)고추(매운 고추:청송의 청+영양의 양)의 고향이다. 산자수려한 영양은 "이 우주에서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이랴"라 한 오일도의 감천마을, 음식디미방과 이문열의 고향 두들마을, 두들마을과 함께 문학마을로 향기로운 주실마을도 있다.

◆주실마을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일월산 아래에 있다. 이 마을은 한양 조씨의 동족마을이며, 조선 중기 350년 전 조광조 친족의 후손이 사화를 피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어 주실 조씨라고도 부른다.

산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은 고택들이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정겨운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외부에서 보면 마을이 보이지 않는 '주실쑤'라는 울창한 숲이 있는데, 장승을 뜻하는 사투리를 섞어 '수구막이 숲'이라고 하며 지금은 '시인의 숲'이라 한다. 눈으로 보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마음으로 보면 가장 고결한 순수와 지조의 숲이라는 이 숲 덕분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 한다.

주실마을 중앙에 있는 호은종택(壺隱宗宅)이 바로 조지훈 생가다. 이 종택은 정면으로 문필봉을 바라보고 있는 곳에 터를 잡은 명당이다. '얇은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로 시작하는 로 유명한 조지훈(1920~1968)의 생가이다. 그는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일원이며, 일제강점기에 등단해 고전적인 미와 불교적 세계를 노래했다. 주실마을에는 현재 약 5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마을 내에는 '조지훈 문학관'이 자리하고 마을 뒤쪽에는 시 20여 편이 돌에 새겨진 '조지훈 시비공원'도 있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지금까지 10여 명 이상의 박사가 배출되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영양 봉감모전오층석탑(鳳甘模塼五層石塔)

모전석탑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탑으로 한국 석탑이 이색적으로 발전한 양식이다. 일반인들에게는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이 많이 알려져 있다. 전탑의 축조는 많은 수고와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석탑과 비교하여 그 수가 아주 적다. 모전석탑 또한 많이 조성되지 못하였지만,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전탑에 비하여 모전석탑이 많이 건립되었다.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마도 돌을 좋아하였거나 돌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영양군 입암면 산해리 마을 밖 반변천(半邊川) 가에 우뚝 솟은 봉감모전오층석탑(국보 제187호)은 그 모습이 당당하고 기품이 있다. 이 탑은 영양의 모전탑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한 변이 약 5m이고, 2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의 폭이 3.34m, 높이가 2.30m로 전체 높이 11.30m이다. 수성암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사용하였으며, 모전석탑으로서는 꽤 큰 답사하는 날 무진장 많은 비가 내렸으나 비 갠 후 안개 머금은 산세와 어우러진 탑은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남이포와 선바위

영양 봉감모전오층석탑에서 31번 국도로 따라 입암면사무소를 지나 영양읍 방향으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남이포는 반변천과 창기천의 물길이 만나는 합천(두물머리)이다. 양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쳐져 Y자 모양을 이루면서 지형을 뾰족하게 깎아서 우뚝한 바위로 만들었다. 이 바위가 선바위(입암:立岩)이다. 이 바위가 있어서 이곳을 입암면이라 한다. 반변천 주변은 조화롭게 어우러진 숲과 기암괴석으로 아름다운 경관이 많다. 그중 으뜸이 남이포와 선바위이다.

'남이포 인근 연못에 두 마리의 용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용이 역모를 꾀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이 소식을 들은 조정에서 용을 토벌하기 위해 급히 남이 장군을 보냈다. 남이 장군은 치열한 교전 끝에 용 두 마리의 목을 베고는 석벽에다 자신의 초상을 검 끝으로 새겼다. 그리고 한양으로 돌아가려다 지형을 보니 언젠가 다시 도적의 무리가 일어날 기세인지라 큰 칼로 산맥을 잘라서 물길을 돌렸다. 이때 남이 장군이 마지막 칼질을 한 흔적이 선바위라고 한다. 황당한 전설이긴 하지만 남이 장군의 기백과 지혜로운 아름다움을 선바위에 비유했으리라. 남이 장군은 왕실 가족으로 태어나 17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한 후 이시애의 난을 평정한 공으로 25세에 병조판서(요즘의 국방부장관)가 된 걸출한 인물이다. 간신 유자광의 모함으로 26살의 꽃다운 청춘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그가 칼질해서 만들었다는 선바위는 굳건하게 남이포를 지키고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엔 암석이 떨어지는 위험 때문에 통행이 금지되어, 남이포 벼랑길을 따라가는 환상적인 트레킹 코스는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10분 거리에 있는 석문 정영방(石門 鄭榮邦:1577~1650)이 조성한 조선시대 민가 정원의 백미 서석지(瑞石池)도 둘러볼 만하다. 400년 된 은행나무와 연꽃이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가는 길:대구→중앙고속도로→남안동IC→안동→34번 국도→임동→마령→입암→영양읍→주실마을(소요시간 약 2시간30분)

▶주실마을, 봉감모전오층석탑, 남이포는 입장료가 없으며, 주차공간은 여유롭다.

▶주위에 가볼 만한 곳:분재'수석전시관, 영양 고추 홍보관, 감천마을, 두들마을, 수하계곡, 송하계곡, 죽파계곡

▶먹을 만한 곳:영양의 산나물로 정갈한 음식을 내놓는 선바위가든(054-682-7429)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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