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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거동 못하는 남경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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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된 남편의 간병 의지하며…

8년 전 경추수술을 받고 거동을 못 하게 된 남경은(가명
8년 전 경추수술을 받고 거동을 못 하게 된 남경은(가명'50'뇌성마비) 씨와 그의 남편(56'하반신 마비).

"베개를 수없이 사다 날라서 만들었어요. 허술해 보여도 나름 쓸 만해요."

8년 전 경추수술을 받고 거동을 못 하게 된 남경은(가명'50'뇌성마비) 씨는 간병용 전동침대가 없다. 베개를 이용해 전동침대 못잖은 침대를 만들자는 것은 남 씨의 아이디어였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남편(56'하반신 마비)이 베개로 남 씨의 등과 팔을 받치고 독서대를 만들어줬다. "아내는 불편하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베개로 만든 성(城)' 같다며 좋아하는데, 침대 하나 못 사주는 내 처지가 참 부끄러워요."

수술 후 남 씨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어렵사리 말하고 음식을 씹어 삼키는 것뿐이다. 남편이 24시간 돌봐줘야 하는 몸이 되면서 남 씨는 점점 남편 눈치를 본다. 남편이 혹여 용변 처리를 힘들어할까 봐 남 씨는 먹고 마시는 것도 줄였다. 남편은 그런 남 씨가 애처롭기만 하다. "꽃다운 나이에 나한테 왔는데 내가 그 정도 뒷바라지도 못 해주겠나요."

◆오토바이 커플

20대 시절 특수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두 사람은 처음에는 각자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 "짝사랑하면서 서로 고민을 들어준답시고 내내 붙어다니다가 그만 정이 들었죠." 특수학교에서 둘은 '오토바이 커플'로 유명했다.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매일 남 씨를 데리러 가고 태워다줬다. 그런 두 사람을 보는 가족들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두 사람이 지체장애를 가졌기에 각자 몸이 성한 배우자를 만나기 바랐기 때문. 집안의 반대에 둘은 가출해 여인숙에 머물기도 했다. 6년 연애 끝에 1993년 혼인신고를 한 두 사람은 '한풀이'하듯 결혼식을 두 번 올렸다. "구청하고 복지관에서 지원해준 덕에 단출하게나마 합동결혼식을 치렀어요."

"우리 아기가 살아있다면 고등학생쯤 됐을 겁니다." 결혼 7년 만에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두 사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행복은 곧 곤두박질쳤다. 남 씨는 동네 산부인과에서 자궁근종 진단을 받았고 병증이 심해 대형병원에서도 건드리지 못했다. 입덧은 갈수록 심해졌고 남 씨와 아기 둘 다 살릴 방법은 없었다. 남편은 결국 남 씨를 선택했다. 아기를 유산시키고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하기로 결심한 날, 남편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결연하게 수술동의서에 서명했다. 자신이 죽더라도 아기를 살리고 싶다는 아내를 겨우 말렸다. "나한테는 아내가 더 중요했어요. 어쩌면 내가 이기적인 선택을 한 건지도 모르죠."

◆꽃 같은 아내

"아내를 못 만났더라면 난 길거리에서 노숙이나 하며 살았을 거예요." 남 씨는 씩씩하고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 '장사 감각'도 탁월했다. 젊은 시절 남 씨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짐칸이 달린 오토바이를 사서 물건을 싣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다. 남 씨는 시장 상인들의 텃세에도 굴하지 않고 교동시장에 뿌리를 내렸다. 남 씨의 씩씩한 기세는 깡패 앞에서도 수그러드는 법이 없었다. "하루는 장사를 접으려는데 깡패 두 명이 와서 돈을 뺏으려 하더라고요. 아내가 1시간 동안 씩씩하게 맞서서 쫓아냈어요. 깡패들이 좌판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떠나고 나서야 아내가 긴장이 풀렸는지 몸을 덜덜 떨더라고요."

씩씩한 기세로 남편을 이끌어주던 남 씨는 경추수술을 받고 연약한 꽃 같은 사람이 됐다. 하지만 남편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오빠'라고 불러주는 남 씨가 여전히 사랑스럽다. "내 몸도 불편해 아내를 밖으로 데려 다닐 수 없는 게 미안할 뿐이에요." 방에서 모든 시간을 보내는 남 씨의 취미는 '드라마 보기'다. 남 씨는 드라마를 통해 많은 인생을 살아볼 수 있음에 위로받는다. 남 씨가 취미로 쓰는 글에도 바깥세상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남편은 쓴웃음만 짓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수 있었을 때라도 많이 데리고 다닐 걸 그랬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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