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재력가 행세하며 금은방서 사기

외제차 타고 수백만원짜리 안경·옷 치장…귀금속 1천만원어치 외상으로 챙겨 도주

지난 8일 오후 울진의 한 금은방에 A(53) 씨가 들어섰다. 외제차를 타고 수백만원짜리 안경과 옷으로 치장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이었다.

전에 한 번 들른 적이 있다며 친근하게 말을 건 A씨에게 금은방 주인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혹시 내가 기억을 못했을 수도 있다'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무엇보다 훤칠한 겉모습이 A씨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금은방에 들어선 A씨는 계속 누군가와 전화하며 수억원짜리 거래 이야기를 쏟아냈다. 믿음을 얻은 A씨는 1천여만원짜리 귀금속을 사겠다고 한 뒤 외상을 요구했다. "지금 3천만원짜리 수표밖에 없다. 거스름돈이 없을 테니 내일까지 송금해 주겠다"는 A씨의 말에 금은방 주인은 은행계좌번호만 주고 고액의 귀금속을 선뜻 건넸다.

A씨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수억원짜리 거래 전화는 지어낸 이야기였고, 몸에 두른 고가의 옷은 금은방에서 벌인 행동과 똑같은 수법으로 가로챈 것들이었다.

당연히 송금은 없었고,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CCTV 분석 등을 통해 수사 착수 하루 만인 11일 강원도 동해의 한 사행성 오락실에서 A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부터 전북'전남'부산'제주'경기 등 24곳의 귀금속 취급업체'고급 의류 매장 등을 돌며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법으로 A씨가 가로챈 물품은 1억2천여만원어치에 이르렀다.

A씨는 물건을 팔아치운 돈을 도박자금으로 썼고 돈이 떨어지면 2, 3일에 한 번씩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하고, 귀금속 등을 매입한 장물업자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울진경찰서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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