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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주의 시와함께]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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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1976~ )

지지난 겨울 경북 울진에서 돌을 주웠다

닭장 속에서 달걀을 꺼내듯

너는 조심스럽게 돌을 집어들었다

중략

필요할 땐 주먹처럼 쥐라던 돌이었다

네게 던져진 적은 없으나

네게 물려본 적은 있는 돌이었다

중략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 중에서 돌멩이만 한 것이 또 있겠는가? 여행을 가서 돌멩이를 줍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가는 곳마다 쓸모없어 보이는 돌멩이를 하나씩 주워 모으는 사람들을, 배낭이 무거워져도 한사코 그 돌멩이를 내버리지 못하는 자들의 마음을, 돌 속에도 눈동자가 하나씩 숨어 있다고 말하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강가에 가면 모서리가 희고 둥글어진 돌멩이를 주워 물수제비를 뜨며 "너에게 건너가려는데 나 숨이 너무 차"라고 말하기도 한다. 살다 보면 흰 눈이 돌 속으로 녹아내려 들어간 마음 같은 것이 돌멩이가 되기도 하고, 어느 날 자다가 일어나 문득, 마음속에 가라앉아있던 수백 개의 돌멩이들이 흰 눈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주워온 돌멩이를 집에서 기르는 시인도 있다. "내일도 재워 줄 거야?" 돌멩이가 물으면 사랑이 지나고 먼지가 내려앉은 마음이 뿌옇게 일어선다. 아름답고 쓸모없는 것 중에서 돌멩이처럼 모서리를 많이 문질러본 것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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