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지진이 온다꼬 하도 캐사서 요 며칠 잠도 몬잤다카이. 온저녀(오늘 저녁) 도지사님이 우리 마을에서 주무신다카이 인자 맘이 팍 놓이는기라."
강진 발생 이후 매일 밤잠을 설친 데다 '또 다른 강진' 괴담에 몸서리를 쳐왔던 경주 지진 진앙 내남면 부지리 주민들. 그들은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의 방문에 "이제야 안심이 되는 것 같다"며 오랜만에 웃음까지 보였다.
"대지진이 24일 밤 온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돈 가운데 김 도지사가 강진의 진앙 경주 내남면 부지1리 마을을 24일 오후 찾았다. 면바지에 점퍼 차림으로 도청 실국장 몇 명만을 대동한 김 도지사는 부지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오늘 마을회관에서 신세 좀 지겠다"고 했다.
김 도지사가 마을회관에 자러 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부지리 마을 주민 100여 명은 순식간에 회관으로 몰려들었다. 부지1리에는 모두 65가구 1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니 마을 주민 대다수가 모인 것.
김 도지사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라면과 김밥을 밥상에 올려 저녁 식사를 했다. 피해 상황과 주민들의 건강 상태도 물었다. 큰 충격을 받은 주민의 고충도 들었다.
최양식 경주시장은 김 도지사의 방문 소식을 듣고 부지1리 마을회관을 방문, "지진 피해보다 주민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 관광 경기 전반에 걸친 피해도 상당하다. 경북도 주최 행사 등을 경주에서 많이 해달라"며 김 도지사에게 즉석 건의를 했다.
이에 김 도지사는 "정병윤 경제부지사를 지진이 수습될 때까지 경주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오는 27일 전국 부단체장 회의를 경주에서 갖도록 했다. 지진 조기 수습을 위해 경북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의 벽걸이 시계가 오후 9시 30분을 가리키자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김 도지사는 "큰 지진이 온다는 그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고단하실 텐데 이제 잠을 잡시다"라고 한 뒤 마을회관에 잠자리를 펴고 이날 밤을 이곳에서 묵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김 도지사는 25일 경주 시내 피해지역을 돌아본 뒤 경주시청에 마련된 상황실을 방문, 지진 발생 이후 격무에 지쳐 있는 경주시 공무원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
한편 김 도지사 일행은 부지1리 방문 전 불국사를 찾아 종우 주지 스님과 종상 관장 스님으로부터 이번 지진으로 대웅전(보물 1744호) 용마루와 담장 일부가 파손되고 국보 20호인 다보탑 상층 난간석이 내려앉는 등의 피해 상황을 전해 듣고 조속한 복구와 지원을 공무원들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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