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폭행 고교생, 어린 나이가 엄벌을 방해"

법원, 여중생 집단 성폭행 고등학생들에 징역형

"강간 사건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 가해자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그 정도로 중한 범죄입니다. 피고인들 나이가 어린 게 엄벌하는 데 '방해요소'가 됐습니다." 재판정에 주심판사의 호통이 크게 울려 퍼졌다. 앳된 얼굴에 죄수복을 입은 피고인 2명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동욱)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16) 군과 함모(16) 군에 모두 실형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최 군에게는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 함 군에게는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 6월이 각각 선고됐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이들은 올해 5월 7일 오후 9시쯤 시내 한 아파트 옥상에서 중학교 1학년생 A(12) 양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군은 앞서 오후 7시쯤부터 또 다른 공범이자 동네 후배인 염모(13'6월 소년보호사건으로 가정법원 송치) 군과 함께 옥상에서 A양에게 게임 등의 수법으로 술을 먹였다.

A양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하자 염 군은 억지로 성관계를 맺었고, 최 군은 그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다른 친구에게 전송했다. 또 최 군과 뒤늦게 합류한 함 군도 차례로 A양을 성폭행했다.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들과 A양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 군 동생이 A양 친구에게 돈을 빼앗긴 적이 있다는 걸 빌미로 가해자들 측이 메신저로 A양을 불러냈다.

최 군과 함 군은 재판 과정에서 "A양은 항거 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6일 동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기일에서 주심인 이동욱 부장판사는 5분 넘게 최 군과 함 군을 꾸짖고, 실형을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다른 사건 때문에 온 방청객들까지 피고인들 범행을 듣고 놀랐을 것"이라면서 "소위 윤간을 해놓고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주장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나무랐다.

이어서 "피해자는 나중에 어머니가 데리러 왔는데 어머니도 알아보지 못하고, 함 군에게 당한 사실은 기억도 못 할 정도로 취해 있었다"면서 "피고인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13세 미만 강간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범죄"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피고인들이 반성문은 계속 써냈지만 동의를 받았다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며 철저히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피고인들 나이가 어린 게 엄벌하는 데 방해요소가 됐다"고 판시했다.

만 19세 미만의 소년범이 유기징역형을 받아야 할 경우 소년법에 따라 장기형은 최대 10년, 단기형은 최대 5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성인이었으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을 받을 죄를 소년범이 저질렀을 경우에도 징역 15년형을 처하게 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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