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규정 속도 시속 80km 앞산터널 '공포의 레이싱'

CCTV 없어 대부분 차량 과속…속도 지키면 되레 이상할 지경

대구 수성구 파동과 상인동을 연결하는 앞산터널이 과속 차량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13년 개통한 앞산터널은 길이가 4.4㎞로 국내 6차로 터널 중 가장 길지만 통행량이 많지 않아 운전자들이 마음 놓고(?) 과속 질주를 하고 있다. 통행량이 더 줄어드는 심야시간대는 차들이 속도를 더 높이는 탓에 운전자들은 "대구의 아우토반이 앞산터널"이라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13일 오전 11시쯤 기자가 직접 규정 속도인 80㎞로 운전을 했지만 모든 차량이 훨씬 빠른 속도로 앞질렀다. 시속 150㎞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도 적지 않았다. 모든 차량이 과속 운전을 하는 탓에 규정 속도로 주행하는 것이 더 위험해 보일 지경이었다.

이처럼 앞산터널만 들어서면 과속으로 주행하는 이유는 터널 내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기 때문이다. 단속 카메라는 상인동 방향 입구인 상인교에 단 한 대가 설치돼 있을 뿐이다. 운전자 이정훈(27'수성구 만촌동) 씨는 "터널이 곧고 넓어 운전자들이 과속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이를 제지할 단속 카메라가 없으니 큰 사고가 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매일 이곳을 지나는 직장인 박모(35) 씨는 "얼마 전 속도를 높인 채 주행하는데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추돌 사고가 날 뻔했다"며 "모든 차량이 과속을 하는 탓에 규정 속도로 주행하는 차량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인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7월 7일 오후 11시부터 5시간 동안 앞산터널에서 외제 스포츠카 4대로 왕복 8차례 경주를 벌인 의사 등 자영업자 4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이들은 시속 250㎞에 달하는 광란의 질주를 벌였다.

하지만 대구시는 유지 보수가 쉽지 않아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에 소극적이다. 유지 보수를 할 경우 차로를 막아야 하는 데 터널 내부 차로를 막으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터널 내부는 비바람이 없어 쉽게 카메라에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며 "터널 내에서는 유지 보수 작업도 자주 할 수 없기 때문에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터널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민원이 많은 탓에 앞산터널 초입과 끝에 구간 단속카메라를 설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 앞산터널 내부와 외부의 규정 속도가 다른 것도 사고 위험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동 방면의 경우 터널을 벗어나면 규정 속도가 60㎞로 크게 떨어진다. 이에 대해 관리업체 관계자는 "터널 안 규정 속도가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터널 밖 요금소 쪽 규정 속도를 알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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