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헬기편을 통해 대구로 이동한 뒤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서문시장에 도착했으며, 10분 동안 서문시장 화재 피해 현장을 돌아봤다. 박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은 지난 10월27일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5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환호했지만 화마로 상처입은 상인들은 "이 와중에 사진 찍으러 왔냐"며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상인은 "표 찍어 달라고 할 때는 그렇게 오랜시간 머물며 읍소하더니, 이번에는 아무 말도 없이 고작 10여분을 머물다 간다"면서 혀를 찼다.
서문시장은 박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깊은 곳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서문시장을 찾았고, 많은 시민과 상인들은 환호로 화답해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민심의 이반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것은 박 대통령이 29일 자신의 거취를 국회 의견에 따르겠다며 국회로 공을 떠넘긴 3차 대국민담화 바로 다음날 새벽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도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고 수행 인원을 최소화했다. 박 대통령은 차에서 내린 뒤 기다리고 있던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과 함께 10분 가량 화재현장을 둘러 본 뒤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박 대통령의 뒤로는 환호와 성난 비난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이날 일부 보수적 정치성향을 지닌 일부 대구시민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사실을 전하며 지지자들을 모으는 긴급 카카오톡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긴급연락'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박근혜 대통령님 오늘 오후 2시에 대구 서문시장에 방문하십니다. 동산병원 건너편 화재현장으로 태극기 가지고 오세요. 없으면 그냥오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한편, 30일 새벽 발생한 서문시장 4지구 화재로 점포 679곳이 전소됐다. 대구시는 피해액이 수백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정부에 서문시장 4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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