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도 불…영정 있던 추모관 모두 불타

40대 용의자 "하야 안해 불질러"

1일 오후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방화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이 자리한 추모관 내부가 소실됐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일 오후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방화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이 자리한 추모관 내부가 소실됐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구미 생가에 1일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나 추모관이 모두 불탔다. 경찰이 방화 용의자로 붙잡은 40대 남성은 범행 동기에 대해 "딸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 불을 질렀다"고 진술했다.

1일 오후 3시 15분쯤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추모관에서 불이 난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57.3㎡의 단층 건물인 추모관이 전소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이 있던 벽면이 모두 타 구멍이 뻥 뚫렸다. 추모관 내부 바닥과 천장, 추모관 옆 초가지붕도 일부 탔다.

경찰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방화 용의자 백모(48)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백 씨가 지난 10월부터 치밀하게 방화를 계획한 사실을 밝혀내고 공범 여부 및 정치활동 이력 등을 추가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백 씨는 이날 오전 9시 수원에서 기차를 타고 낮 12시 구미역에 도착한 후 오후 3시 10분쯤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도착했다. 경찰은 "백 씨가 인터넷으로 거주지인 수원에서 구미까지 이동 경로, 교통수단을 상세하게 검색했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날 백 씨는 생가 관리사무소 앞 방명록에 "박근혜는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라는 글을 남긴 후 추모관으로 들어갔다. 이어 미리 준비한 시너를 뿌린 후 호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경찰은 백 씨의 가방 안에서 시너가 담긴 1ℓ짜리 플라스틱 통과 휴지 등을 발견했다.

앞서 백 씨는 2012년 12월 대구 동구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도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구미갑)은 "방명록에 '박근혜는 자결하라'는 글을 남기고 생가를 방화한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방화 테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수사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서 모든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며 "박정희 대통령 생가 방화는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에 대한 심각한 모독 행위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보호해야 할 유산을 파괴하는 테러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는 전체 753.7㎡(228평) 부지에 추모관, 초가, 사무실 등 3채의 건물이 있으며, 경상북도 기념물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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