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이 잿더미가 됐다. 서민 경제의 상징이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대구의 마음도 불타버렸다. 참담한 심정이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 얘기해본다.
최근 발표된 두 가지 경제 자료가 있다. 따로 보면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이 둘을 함께 보면 대구의 답답한 현실이 읽힌다.
첫 번째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청년친화강소기업 선정'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2차에 걸쳐 전국에 총 1천118개의 '청년친화강소기업'을 선정했다. '청년친화강소기업' 선정 기준은 신입사원(1년차) 월평균 통상임금 200만원 이상, 주중 야근 2일 이하 또는 주말 근무 월 1회 이하, 휴가비'생활 안정'자기계발'여가 활동 지원 등 4개 이상 복지제도 운영이라는 세 가지 분야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중소기업이다. 말 그대로 청년들이 갈 만한 괜찮은 기업이다.
이런 청년친화강소기업에 대구 기업은 얼마나 포함됐을지 궁금해 찾아봤다. 총 23개가 있었다. 전체 1천118개의 2%에 불과하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는 데 이유가 있었음을 확인한 셈이다. 대구에는 청년들이 선호할 만한 기업들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대구의 젊은이들이 해마다 도시를 대거 빠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실제로 지역의 대학을 나와서는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으니 진학을 위해 떠나고, 졸업한 고학력자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등 한 해 8천 명의 젊은이가 대구를 떠나고 있다.
두 번째 자료를 들여다보자. 정부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글로벌 강소기업 300개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월드클래스 300'이라는 정책이 있다. 매출이 400억~1조원인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며, 직전 5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5% 이상이거나 최근 3년간 지출한 연구개발 투자비가 연매출의 2% 이상이라는 기준을 만족하면 심사 대상에 오른다. 선정 기업들은 대부분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된다. 올해까지 6년 동안 전국에 236개의 월드클래스 기업이 탄생했는데, 대구는 25개의 중소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전체 10%를 훌쩍 넘기고, 경기(76)'서울(37)에 이은 3위의 성적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렇게 탄탄한 중소기업이라면, 청년들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기업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대구의 월드클래스 기업이 동시에 청년친화강소기업인 경우는 4곳에 불과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대구시의 기업 육성 정책과 고용 친화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청년친화강소기업 명단에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들어 있어 축하 전화를 걸었다. "대구 청년 지켜준다고 시에서 고마워하겠네"라는 인사말에 그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증패 하나 얻었을 뿐, 대구시에서는 한마디도 없었어요"라고 대꾸했다.
지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성서산업단지 한 관계자와 나눴던 대화가 오버랩됐다. "기업의 수익이 오너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근로자 복지나 임금 인상 등으로 이어진다면 과연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날까?"
지난 10월 29일 대구 동성로 일대에서 열린 '2016 대구청년주간' 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대구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인 만큼 행사장은 젊은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대부분 취업 얘기를 쏟아냈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 청년들이 고향을 등지게 하지 말고, 지역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간절한 호소로 들렸다.
지역의 지도층들은 정녕 이들의 목소리에 넋을 놓고만 있을 텐가? 내년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인구 14%가 65세 이상)에 진입한다고 하는데, 젊은이가 빠져나간 농촌이 몰락하듯 청년층이 빠져나가는 도시는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청년을 잃는 것은 미래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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