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기억제 1

정현종(1939~ )

금인 시간의 비밀을 알고 난 뒤의

즐거움을 그대는 알고 있을까

처음과 끝은 항상 아무것도 없고

그 사이에 흐르는 노래의 자연

울음의 자연을.

헛됨을 버리지 말고

흘러감을 버리지 말고

기억하렴

쓰레기는 가장 낮은 데서 취해 있고

별들은 천공에서 취해 있으며

그대는 중간의 다리 위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음을.

당신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무도 당신의 헛소리들을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아무도 사랑하지 못한 것이다. 그 누구도 사랑해본 적이 없으면서 헛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헛소리를 퍼 나르면서도 그 길을 계속 가야만 한다. 그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삶이란 이런 지하에도 존재하는 거야. 넌 믿기지 않을 테지. 지금 당신이 얼마나 살고 싶어하며 존재와 의식을 갈구하는지를.' 그런데 고통이란 도대체 뭘까? 당신은 존재한다. 온갖 고통 속에서도 당신은 존재한다. 그 고통 속에 발뺌을 할 수 없어 고통과 함께 머물고 싶기 때문이다. 고통만이 살아있는 방식이고, 당신의 분노를 간직하라. 당신의 분노만이 우리가 죽어가는 방식이니까. '울음의 자연을, 헛됨을 버리지 말고 흘러감을 버리지 말고 기억하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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