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만$ 넘으면 독재 어려워"
경제 발전하자 기업인 전망 현실로
박근혜는 3만$시대와는 안 어울려
다음엔 5만$에 걸맞은 인물 뽑아야
오랜 군사정권에 시달리며 "언제쯤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탄식하고 있던 때 어떤 유력한 기업인이 누구에게 들은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으면 군사독재가 어려워진다"고 내게 일러주었다. 그런 짐작이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나라의 경제가 크게 발전하면서 군사독재가 자취를 감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리고 이미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가.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은 박정희의 심복이던 최규하를 밀어내고 7년 단임제 대통령에 취임하여 1개 군단을 지휘하는 사령관처럼 정치를 하였다. 21사단에 마련된 '삼청교육대'는 깡패 소탕에 공을 세운 것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 자리를 가로챈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모든 불평분자들에게는 공포심을 자아내 끽소리도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는 '통이 큰 사나이'여서,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고 잘 아는 사람을 골라서 그 사람에게 맡겼다. 아웅산 테러에서 산화한 경제학의 귀재 김재익을 발탁하여 경제수석 자리에 앉히고, "경제는 김 박사가 알아서 하시오"라고 하며 일임하였다. 그의 머리에서 이 나라 경제 발전의 청신호가 뜬 것이었다. 어느 누구도 김재익을 건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나라의 경제는 약진하였다.
대한민국이 남극에 세종기지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많은 경쟁자 중에서도 가장 소박하고 믿을 만한 허형택 박사를 골라, "허 박사가 맡아 이 일을 완수하시오"라고 당부하고 그 밖의 사람들이 날뛰고 야단치는 것을 일절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세계에 자랑하는 남극에 세종기지를 건설할 수 있었다.
노태우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그 살벌한 정치판에 나갈 마음이 없어서 '나는 도저히 할 수가 없겠다'는 내용의 거절 사연을 적어 전두환에게 보낸 적이 있다. 그를 대통령 자리에 앉힌 것은 오로지 전두환의 의지였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그의 새로운 측근들이 "전두환을 국민이 싫어하니 거리를 두세요"라는 권면을 거절하지 못했다. "국외로 떠나세요"라는 부탁도 했다지만 "나는 죽어도 조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그 사람을 어쩔 수 없이 백담사로 유배시켰다.
노태우의 그런 처신이 드디어 김영삼을 여당으로 끌어들여, 견디다 못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그 대통령 때문에 전두환'노태우는 재판을 받고 감옥에 갔고 추징금 명목으로 거의 전 재산을 빼앗기게 된 것이었다. 권력의 정상에서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속담이 통하게 된 것이다. 김영삼이 대통령 자리를 물러나면서 여당 후보 이회창을 밀어주지 않고 야당 후보 김대중을 밀어준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하게 된다. 국민이 피땀 흘려 세금으로 바친 돈을 '햇볕정책'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대통령 김대중은 북한의 김정일을 찾아가 공손히 전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는 퇴임 후 신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노무현을 후계자로 삼았지만, 이 젊은 후계자는 김대중보다 먼저 자살하여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매우 불안한 노후를 보냈겠지만, 우왕좌왕하며 대통령 자리만 겨우 지킨 이명박 덕분에 김대중은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고 부인께서도 풍족한 노후를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근혜는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인 것 같다. 우리는 그의 외모만 보고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 나는 그와 사귄 일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사람됨을 알지 못했다. 그 아름다운 외모에 감추어진 인간 박근혜를 이제야 알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크게 실망하였다.
지난 10월 25일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박근혜는 '최순실 비선 역할'을 시인하면서 국민 앞에 사과하였다. 나는 그가 사과문을 읽고 나서 곧 "국민 여러분 저는 대통령직을 사임하겠습니다"라고 한마디 덧붙이고 그 자리를 물러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19대 대통령은 국민소득 5만달러에 어울리는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