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학봉 전 의원 '끝없는 추락'…항소심서 징역 4년 실형 선고

'개천서 용 난' 성공 주인공, 성폭행 연루되며 철창 신세

"날개 없이 추락한 심학봉. 이러려고 국회의원 했나."

심학봉(55) 전 국회의원이 지난 8일 열린 대구고법 항소심에서 징역 4년 3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벌금과 추징금도 각각 1억570만원씩 선고됐다.

1심(징역 6년 4개월)보다 2년 1개월 감형됐지만, 심 전 의원은 예상외로 많은 형량에 망연자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즉각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는 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심 전 의원의 끝없는 추락을 바라보는 구미시민들 사이에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갖가지 문제로 자주 구설에 오르기는 했지만 구미 경제 살리기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순탄하게 추진되던 구미국가산단의 많은 현안 사업들이 최근 암초에 걸려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적잖은 시민들이 "그의 공백이 아쉽게 느껴지고 있다"는 말을 꺼내고 있다.

법적 심판을 받는 과정에서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포항에서 태어난 심 전 의원은 부모 슬하가 아닌 할머니 밑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향에서 중학교를 수석 졸업했지만 돈이 없어 고교 진학은 엄두도 낼 수 없었던 터라 돈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구미전자공고를 선택했다. 이후, 경북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KBS 공채 15기로 합격해 KBS 기술분야에서 일했다.

방송국 직원에 만족하지 않고 고시에 도전, 1990년 기술고시로 공무원이 됐고 특허청, 상공부, 산업자원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거쳐 2011년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1급)을 지낸 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잘나가는 중앙정부 경제관료를 거쳐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초선답지 않은 박력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심 전 의원은 지난해 7월 40대 여성 보험설계사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한순간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성폭행을 당했다던 여성이 진술을 번복, 성폭행 혐의를 벗는 듯 했으나, 검찰의 성폭행 혐의 조사 과정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가 포착되면서 지난해 12월 전격 구속돼 1년 이상 수감된 상태로 있다.

심 전 의원의 한 지인은 "국회의원답지 못한 행동과 처신을 한 심 전 의원이 모든 책임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법에도 인정이 있다고 하던데 그에게만 너무 가혹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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