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유승민 비대위원장' 최후통첩 던졌다…"친박 거부 땐 집단 탈당"

劉 "공식입장 기다리겠다"…친박 "유승민만은 안 된다"

새누리당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 유승민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비대위원장이냐, 분당이냐.'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19일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 합의하고 친박계에 최후통첩을 하면서, 유승민 의원의 거취가 당의 향후 진로와 직결되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친박계가 유승민 카드를 거부하면 당을 떠나겠다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비박계의 뜻을 수용한 유 의원은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친박계가 마지막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집단 탈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친박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분주하게 움직였다. 유 의원을 제외하고 15명가량 모인 오전 모임에서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고. 김무성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두 사람의 비밀 회동을 추진하려는 계획까지 나왔다.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은 19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 의원이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전 모임에서 많이 나왔다"고 했으나 두 사람의 별도 모임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김무성계인 이군현 의원과 정병국 의원의 요청으로 각각 만남을 갖고, 비대위원장 추대 제안을 전해 들은 뒤 이를 수용했다.

유 의원의 입장 변화도 감지된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의 공식 입장이 나오면 그때 제 결심을 말씀드리겠다. 많은 의원들과 그런 가능성(탈당)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당에 남아 개혁하겠다"는 원칙을 끝까지 고수해온 그의 마지막 제안을 친박이 거부하면 더 이상 당에 남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비대위원장=비박계 추천 인사'를 강조했던 정우택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 "당 갈등과 분열을 더 일으킬 소지가 다분히 있는 사람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 의원은 안 된다. 그냥 비대위원장도 아닌 '전권 비대위원장'은 더 그렇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이런 분위기 탓에 전권을 쥔 비대위원장이 안 된다면 유 의원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 의원은 다만 당 개혁에 대한 의지와 자신의 '손때'가 묻은 당에 대한 애착 때문에 탈당 결심을 하는 데 고민이 적지 않다고 주변 의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