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이제 '저성장 장기화'라는 짤막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수출 주도 국가이지만 해운 산업이 몰락할 정도로 활로가 막혔고,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소비 위축 등 내수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국내 경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업마저 무너질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물가 상승과 일자리 축소, 세금 부담 증가 등으로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서울지역 한 언론이 최근 금융권 최고경영자를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3명 중 1명은 현재 국가 경제가 20년 전 외환위기(IMF) 때 수준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국 경제 위기의 주된 이유로 국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정부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런 역할을 소홀히 할 경우 정치가 견제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눈길을 돌려 보자. 정부 견제는커녕 오히려 정국 불안을 키우는 모습이다.
우선 최근 교체된 미국 정권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탄핵 사태로 인해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사이, 여야는 각각 사절단을 파견했으나 모호한 결과만을 갖고 돌아온 것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더불어민주당 7명의 의원들이 방중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과 무효 협상을 벌인 바도 있다. 덕분에 지역 전체를 발칵 뒤집을 정도로 벌인 한바탕 소동이 퇴색해졌고, 국가 간 합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저질 외교국으로의 위상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탄핵 사태는 경제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낸 지 오래다. 여당은 최순실 국정 농단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야권은 정권교체의 적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보수색채를 띤 정당만 해도 새누리당, 바른정당, 늘푸른한국당 등 우후죽순이다. 야당도 더불어민주당이 맏형 노릇을 하고는 있으나 문재인 전 대표 측과 군소 주자들의 대치는 여전하다. 이들은 서로 다른 정책을 내놓는 것도 모자라 형형색색의 경제 진단과 해법으로 국가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애타는 촛불 민심은 이제 정치적 구호만으로 달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게 나라냐'며 탄핵을 주도한 민심은 서서히 'and then'(그런 다음에는?)을 걱정하고 있다. 누가 권력을 잡느냐는 문제보다, 차기 정권이 얼마나 잘사는 국가로 회복시킬까에 대한 범국민적 고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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