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대형마트 3사가 행사 전에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 행사를 하거나 할인 폭을 과장하는 등 부당 광고를 해오다 적발되었다. 행사 전 1개 2천600원에 팔던 쌈장을 '1+1' 행사로 싸게 판다면서 2개를 묶어놓고 고스란히 2배 값을 받았던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마트들은 미리 가격을 인상한 다음 할인행사를 열어 싸게 파는 것처럼 광고하거나, 50%를 할인한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10%만 할인한 경우도 있었다.
바겐세일(bargain sale)이란 유행이 지났거나 성수기가 지난 상품을 다음 계절까지 비용을 들여서 보관하느니보다 헐값으로 특매하여 처분하는 편이 경제적이라고 판단하여 염가로 파는 것을 말한다. 아니면 특정한 상품의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거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에서 현금 확보를 위하여 바겐세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의 바겐세일은 다소 상이한 의미를 띤다. 바겐세일은 재고품 정리의 성격을 가지는 동시에, 상품계획이나 판매정책의 단계에서 미리 바겐세일용 상품을 별도로 생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만 가더라도 일년 내내 '초특가' '최대할인' '폭탄세일'이라는 등 세일을 하지 않는 날이 없다. 도대체 정가가 얼마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할인을 하고 있다.
준거가격 마케팅(reference price marke ting)이라는 용어가 있다. 소비자를 현혹시켜서 높은 가격을 미끼로 물건을 사게 하는 것이다. 시험 결과, 처음부터 5만원이라고 가격표를 붙인 스웨터는 팔리지 않았지만 20만원 가격표에 ×를 긋고 다시 5만원이라고 적었더니 매진되었다. 이 경우에 소비자들은 좋은 물건을 싸게 샀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 스웨터에 대한 구매자의 만족도는 20만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준거가격 마케팅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전통시장, 편의점 등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이다. 사람들이 좋은 가격에 물건을 산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상품에서 주의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일종의 함정이지만 소비자는 함정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숫자를 객관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노린다. 20만원짜리 스웨트를 5만원에 사면서 15만원의 이득을 본 것이라는 계산에 빠져든 것이다. 그 계산은 숫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은 배제되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할인 천국에 살고 있다. 주변에서 할인이 아니고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 바보처럼 생각될 정도로 시장 가격이 혼미해졌다. 소비자들은 '1+1' 할인 행사로 같은 가격에 두 개를 가질 수 있다는 매력으로 구매를 하지만, 필요 없는 상품을 사게 되는 측면도 분명 존재하며 과소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할인에는 함정이 있다. 논 팔고 하는 장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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