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지난 2일 시무식 때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허리끈을 졸라매는 경영'을 선포했다. 지난 2년간 내수, 수출 납품이 모두 줄어든 데다 올해 역시 매출 하락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임금 또한 동결하되, 매출 상승 기미가 보이면 재협상할 것을 약속했다. 업체 관계자는 "연초부터 회사 분위기가 좋지 않아 설 명절 연휴는 그리 기쁘게만 보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새해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내우외환에 빠졌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까지 부품 주문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및 한국GM에 납품하던 업체들은 대부분 올해 생산량이 작년 대비 10~20%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국산, 수입차 판매량이 동반 감소한 데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생산 목표량도 덩달아 줄어든 탓이다.
대구의 자동차 자동변속기 전문 A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수출이 늘어 매출 감소는 면했지만 내수 매출은 5~7%나 줄었다. 여기에 수입차 판매 비중까지 늘면서 올 한 해 국산차 생산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완성차 납품 역시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다. 제조사들이 부품 생산 기지를 저임금 국가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본부세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자동차 부품 수출은 11억1천95만5천달러로, 2015년(11억4천657만1천달러) 대비 6%가량 감소했다.
르노삼성과 GM, 토요타 등에 자동차 모듈을 납품하는 대구 B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한국 업체에 대한 주문을 줄이는 대신 인도'중국 공장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수년째 연 10~20%의 주문량이 줄어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자동차 부품업체만 '잘나간다'는 부러움과 질투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의 한 3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전기차의 미래가 밝다는 이유로 전기차 부품업체에는 정부'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각종 지원이 쏠린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만들던 2~4차 협력업체들은 그야말로 말라 죽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 경영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제품 품질 향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보모터스 이재하 회장은 "1차 협력업체는 물론 2, 3차 업체들도 자체 연구소 또는 산학협력을 통한 R&D(연구개발)를 확대해 내실을 다지는 한편 긴축 재정, 타 브랜드 OEM 등을 통해 미래에 언제라도 납품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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