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맛 eat는 집] 수제 빵과 커피 향 '엄지 척'

대구에 다양한 건물의 베이커리카페가 들어섰다. 유럽풍에서부터 모던한 느낌까지 각양각색의 디자인이 밤 거리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대구에 다양한 건물의 베이커리카페가 들어섰다. 유럽풍에서부터 모던한 느낌까지 각양각색의 디자인이 밤 거리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빵집의 진화 '베이커리카페' 성업

빵 팔던 매장 공간 넓혀 테이블 배치

간단한 식사와 커피 함께 즐기게 돼

빵과 커피의 만남은 역사가 주선했다. 1683년 오스만제국(터키)의 군대는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침공에 실패했다. 커피를 즐겼던 오스만제국은 가져갔던 상당량의 커피 원두를 버리고 퇴각했다. 이를 오스트리아인들이 가공하면서 '비엔나커피'가 시작됐다. 여기에 주식이었던 빵이 더해져 '베이커리카페'가 생겼다.

프랑스혁명에서도 빵과 커피는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한다. 당시 신분에 따라 먹을 수 있는 빵의 색깔과 종류가 나뉘었다. 프랑스 농부들은 거칠고 검은 빵을 먹었다. 귀족은 흰색의 부드러운 빵을 차지했다. 흰 빵을 먹은 농부가 처벌받기도 했다.

프랑스혁명 4년 뒤인 1793년 의회에서 '빵의 평등권'을 선포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에 빵 먹을 권리를 놓고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혁명 이후 누구나 좋은 품질의 빵을 먹을 수 있는 권리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빵은 평등권의 상징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카페는 프랑스혁명의 '문화·정신적 디딤돌'이 됐다.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는 사교장이었다. 정치가와 학자, 예술가, 상인, 군인 등 다양한 계층이 드나들었다. 카페에서 탄생한 사상이나 예술은 시민계급의 의식을 바꾸는 역할을 했다. 혁명의 싹이 카페에서 비롯된 셈이다.

한국에서도 빵과 커피가 만났다. 300여 년 전 빈처럼, 대구 곳곳에 베이커리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 구운 빵의 고소한 냄새와 커피의 은은한 향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베이커리카페는 빵집의 진화다. 빵을 팔던 매장 공간을 넓혀 테이블을 배치했다.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소비자에겐 실용적이다. 식사를 해결하면서 커피까지 마실 수 있어서다. 혼밥(혼자 먹는 식사)을 하기에 덜 민망하다. 아늑하고 정갈한 실내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베이커리카페의 등장은 필연에 가깝다. 대형 빵집의 획일화된 맛에 지겨워진 분위기가 생겼고, 제빵·제과를 전공한 젊은 창업자들이 이 틈을 파고들었다. 카페산업이 급성장하고,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대중화된 점도 동기가 됐다.

치열한 경쟁도 한몫했다. 한국외식연감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베이커리 시장 매출액이 2007년 1조592억원에서 5년 만에 3조969억원으로 2.5배나 증가했다. 저변을 넓힌 빵집에 질적인 도약이 필요해진 것이다. 맛은 물론 새로운 메뉴 개발과 카페의 접목이 시도된 배경이다.

베이커리카페 대표들은 "빵을 즐기는 식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더 맛 좋은 빵집을 찾게 되고, 또 카페처럼 분위기가 좋은 곳을 원하는 소비문화가 자리 잡았다"며 "대량 생산으로는 낼 수 없는 고유의 빵 맛이 있기 때문에 베이커리카페는 지역의 빵집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분석했다.

◆동구 '우즈'(WOO'Z)

#천연 발효종 사용한 건강한 빵

#커피 감별사가 직접 원두 볶아

2015년 5월에 개업을 했다. 제과·제빵 재료업을 하신 부친의 영향으로, 우대권 대표는 빵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컸다. 그래서 전문 빵집을 목표로 우즈를 시작했다. 현재 빵 종류만 50가지가 넘는다. 주방 내 직원만 7, 8명이다.

커피에 대한 관심도 높았던 우 대표는 '커피 감별사'인 큐그레이더 자격증도 땄다. 원두를 볶는 로스팅(Roasting)을 직접 하고, 브런치도 손수 만들었다. 건물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에도 참여했다. 덕분에 매장 가운데 은백색 자작나무가 있는 작은 정원, 붉은 벽돌 등이 우즈의 상징이 됐다.

우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빵은 초콜릿을 입힌 '쇼콜라 크루아상'과 달콤하고 쫄깃한 '녹차크림치즈 베이글'이다. 부드러운 치즈가 가득한 '데빌치즈번'도 인기를 얻고 있다. 비결 중 하나는 개업 때의 천연 발효종을 아직도 배양해서 쓴다는 점이다. 화학 재료를 최소화해서 맛있고 몸에도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 대표는 "2개의 전문 매장을 운영한다는 생각으로 베이커리 카페를 열었고, 빵과 커피 모두 높은 질을 유지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며 "이런 노력으로 남녀노소, 연인과 가족 등 다양한 손님이 찾는 곳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문을 연다.

-대표메뉴: 쇼콜라 크루아상(3천500원), 녹차크림치즈 베이글(4천800원)

-주소: 동구 송라로 10길 2

-전화번호: 053)759-7761

◆중구 '레이지 모닝'(Lazy Morning)

#빵 만드는 모습 통유리로 보여

#슈크림+생크림 크루아상 인기

지난해 6월 대구시청 주변에 문을 열었다. 32살 청년 두 명이 합심해서 창업했다. 경기도 화성과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들은 제빵·제과를 함께 전공한 친구 사이다. 2010년부터 작은 카페를 운영해 온 경험이 바탕이 됐다.

대표메뉴는 크림 크루아상이다. 바싹하고 부드러운 빵 속에 달콤한 크림이 들어간다. 슈크림과 생크림을 적정한 비율로 섞은 것이 비결이다. 아몬드 크루아상은 속에 크림은 없지만 바싹하고 고소한 맛이다. 빵과 제과는 당일 생산해 판매하고, 남은 것은 사회복지법인에 기부한다.

실내장식도 직접 기획했다. 유럽풍의 화려한 내부 장식을 피했다. 벽과 천장은 시멘트 톤을 그대로 살렸다. 하얀색이 가미된 나무 바닥을 깔아 포인트를 줬다. 빵을 만드는 주방의 모습이 통유리를 통해 비친다.

홍사광 대표는 과거에 카페도 운영했기에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커피 이외에도 티와 자몽차, 페퍼민트 에이드 등 다양한 음료가 있다.

'여유로운 아침'이란 뜻의 상호처럼 손님들이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브런치 메뉴도 개발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동성로 중심 상권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염려가 있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다양한 연령층의 손님이 찾아온다"고 했다.

-대표메뉴: 크림 크루아상(4천원), 크랜베리 바타르(3천원)

-주소: 중구 국채보상로 131길 22

-전화번호: 010-5315-1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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