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환자를 위해 야간'휴일에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부터 병원 지정 요건을 완화하고 진료비 수가를 크게 높였으나, 참여하려는 병'의원이 거의 없다. 참여 의향을 밝혔다가 막판에 철회하는 곳도 여럿이다. 그 이유가 개원의의 조직적인 반발 때문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달빛어린이병원은 2014년 처음 도입돼 전국에 11개 병원이 운영 중이고, 올해 7개 병원이 추가 지정됐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사전 수요조사를 통해 최소 30개, 최대 40~50개 기관이 추가 지정될 것으로 전망한 것에 비해 초라한 결과물이다. 보건복지부가 이용자의 높은 만족도를 바탕으로 시'구'군별로 1개씩 지정하려 했으나, 서울과 경기'충북 등에서 일부만 추가하는데 그쳤다.
대구'경북에도 추가 지정된 곳이 없다. 기존에 운영 중인 대구 남구의 한영한마음병원, 경북의 김천제일병원 두 곳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제도를 강하게 반대해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조직적인 방해 행위 탓으로 보고 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 확대로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야간'휴일 진료비를 달빛어린이병원에만 지원하는 정부 정책은 오후 8시까지 야간 진료를 하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항변은 이해할 만하지만, 국민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논리다. 아픈 아이 때문에 한밤중이나 휴일에 황급하게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은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의사들의 이기주의를 탓할 것이다. 마치 의사들이 야간 진료는 싫고, 환자는 빼앗기기 싫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어느 때든 저렴한 가격에 전문의 진료를 받고 싶은 욕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취지와 목적이 좋은 제도다. 의사회가 더는 보건복지부와 대립하지 말고 개원의와 국민, 모두가 유리한 점을 찾아 협상에 나서는 것이 옳다. 의사회가 현재의 입장을 고수하다간 자칫 국민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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