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도로공사 안전불감증] 감사원 안전 지적 무시, 교량 3곳 그대로 사용

텐던 충진재 부족하거나 발청·표면 부식 등 발생, 감사원 "보강·보수해야"

PSC 박스 공법을 이용해 건설된 교량(본 기사와는 관계없음). 교량 아래 PSC 박스에 텐던을 설치해 차량의 하중을 견디게 만들어졌다. 신현일 기자
PSC 박스 공법을 이용해 건설된 교량(본 기사와는 관계없음). 교량 아래 PSC 박스에 텐던을 설치해 차량의 하중을 견디게 만들어졌다. 신현일 기자

한국도로공사가 자체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며 국토교통부에 보고한 'PSC(Pre-Stressed Concrete) 박스 교량' 3곳이 감사원 감사 결과 시공 및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으로 드러나 보수'보강을 주문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는 이들 교량의 안전에 대해 다른 기관에 자문한 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수'보강 없이 그대로 사용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PSC 박스 교량'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과는 달리 하중이 발생할 부위의 콘크리트에 미리 텐던(여러 가닥의 강철선을 꼬아서 만든 '강연선'을 다발로 묶은 것)을 넣어 만든 후 긴장력 조절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텐던은 PSC 박스 교량에서 외부 힘을 상쇄시키는 핵심 구조물이다.

텐던 내 충진재가 부족하게 되면 강연선의 표면이 공기 중에 노출돼 습기의 침투로 인해 발청(금속 부식)'단면감소(표면이 부식돼 떨어져 나가면서 강연선의 굵기가 줄어드는 현상) 등이 발생해 교량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2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던 한 교량에서 텐던이 끊어진 것이 발견돼 교통이 전면통제된 적이 있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교량을 관리하는 기관에 텐던의 전체 점검을 지시했고, 이후 한국도로공사는 해당 교량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한국도로공사가 문제없다고 보고한 3개의 교량에 대한 정밀조사를 한 결과는 달랐다. '3곳 모두 문제가 있다'며 보수'보강을 주문한 것이다.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군을 잇는 A교량은 텐던 내 충진재가 부족한 곳이 4군데이며, 이로 인해 이 중 1곳은 강연선의 단면감소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3곳도 발청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청은 강연선이 충진재 부족으로 공기 중에 노출돼 표면이 변색되거나 녹이 슨 것을 말한다. 강연선은 발청이 나타난 후 그대로 두게 되면 표면 부식에 이어 부식, 단면감소, 파단(끊어짐)이 발생한다. B교량과 C교량도 문제없다는 보고와 달리 충진재 부족, 발청, 표면 부식 등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PCS 박스 교량의 텐던은 차량의 무게를 상쇄하기 위해 일정 하중 이상으로 당겨진 긴장재로서 텐던의 일부만 손상돼도 해당 텐던 전체가 제 기능을 못한다"며 "A교량의 강연선에 대해 구조적인 검토를 통해 적정한 보수'보강 방안을 마련하고, B'C교량의 충진재를 부족하게 시공한 업체에 하자보수를 요청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매일신문 기자가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에게 감사원 감사 후속조치에 대해 질의한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감사원의 지적 이후 한국교량 및 구조공학회에 자문했는데 '손상이 경미해 현 상태로 사용 후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자문 결과에 따라 별도의 보수'보강 없이 현 상태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주문과는 크게 다른 대처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감사원보다 교량에 대해 더 잘 아는 국내 최고의 교량 전문가 집단인 한국교량 및 구조공학회의 의견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와 별도로 서울시가 같은 문제에 대해 진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의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교량은 모두 9천여 개로 이 중 340개가 PSC 박스 교량이다. PSC 박스 교량 중 6개에서 텐던이 노출됐고, 3개 교량이 감사원 감사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