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의 소나무 숲은 지금 재선충에 시달리고 있다. 수액을 빨아먹고 사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을 옮긴다. 솔수염하늘소가 달라붙은 소나무는 수분 흡수를 못 해 말라죽는다. 한 번 전염되면 치료약이 없어 100% 죽는다. 경북도는 소나무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7개 시'군 방제인력 대거 투입
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능력이 없으며,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다. 재선충은 감염병은 아니지만 이미 재선충이 발생한 지역에서 쇠약한 나무나 고사목이 있다면 또다시 감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재선충 방제의 기본은 고사목을 없애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개충이 알을 낳고 월동기에 접어드는 10월부터 이듬해 봄 3, 4월까지가 고사목 제거 방제를 해야 하는 시점이다.
경북도는 재선충이 발생한 17개 시'군 방제사업장에 매일 1천400여 명의 방제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피해목 수집을 확대하고 예방나무주사를 놓고 있다. 임차 헬기 14대와 예찰방제단을 활용해 항공예찰과 지상예찰도 강화하고 있다.
소나무류 무단 이동 단속을 위해 이동 단속초소는 18곳에 달한다. 백두대간과 금강송 군락지 보호를 위해 피해지역과 인접한 미발생 시'군 우량 소나무에 예방나무주사를 놓고 있다.
경북도는 재선충 감염목 및 고사목의 발생본수'면적 등을 고려해 도내 고사목 발생 시'군을 5단계로 구분한 뒤 맞춤형 방제를 펴고 있다.
가장 극심 지역인 1급은 포항, 경주, 안동, 구미다. 2, 3년 내 청정지역이 가능한 4급은 상주, 영덕, 고령, 성주, 칠곡이다. 1, 2년 내 청정지역이 가능한 경미지역인 5급은 문경, 김천, 영주, 영천, 경산, 군위, 의성, 청도다. 경북도는 이처럼 5단계로 구분해 방제하고 있다.
1급 지역은 피해 숲 외곽부터 감염'고사목 제거에 집중하고, 피해가 극심한 곳은 아예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수종을 바꾸는 방제 방식을 펼치고 있다. 4'5급 지역은 비교적 피해 면적이 좁은 만큼 전 지역을 광범위하게 관리해 고사목과 매개충 서식처를 제거하고 나무주사를 주입한다.
◆하늘과 땅에서 입체적 방제
경북도는 재선충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재선충에 감염된 피해목은 제거한다. 고사목은 제거한 뒤 파쇄하거나 소각 처리한다.
항공방제와 지상방제도 대표적인 재선충 방제 방법이다.
매개충이 소나무에 피해를 주기 전에 항공기를 이용해 약제를 뿌리는 방식으로 넓은 면적에 방제를 하고 있다. 매개충이 성충이 되는 시기인 4월부터 8월 하순까지 항공기와 차량을 이용해 집중 방제작업을 한다. 항공방제는 민원이 많은 만큼 철저한 사전 예고를 통해 사람은 물론 가축이나 농가 피해 예방조치를 하고 있다.
항공방제가 어려운 주택가나 농가, 고압선로 주변 등은 지상에서 약제를 살포한다. 또 항공방제를 한 곳이라도 극심한 피해가 있는 지역에서는 항공방제와 함께 지상방제도 해 방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피해가 심한 지역이거나 문화재, 보호수, 경관보전지역의 보존가치가 높은 소나무에는 예방나무주사도 놓고 있다. 재선충을 보유한 매개충이 솔잎을 먹을 때 재선충이 침입하더라도 예방 약제를 주입하면 재선충의 서식과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예방나무주사는 2월이 적기다. 12월에서 이듬해 2월에 예방할 소나무에 구멍을 뚫어 약제를 주입하고 있다.
◆백두대간과 금강송 보호
경북 북부에 위치한 백두대간은 국토의 등줄기로, 남과 북을 잇는 주축이다. 자연생태계의 핵심축을 이루는 생태의 보고이다. 특히 금강송 지역은 우량 소나무 숲과 송이 등 중요 임산물의 주산지이다. 경북도는 백두대간과 금강송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두대간은 한국에서 684㎞, 26만㏊에 이른다. 이 중 경북도는 315㎞, 4만7천㏊이다. 관할 시'군은 봉화, 영주, 예천, 문경, 상주, 김천이다.
이와 함께 금강소나무 군락지는 울진, 봉화, 영덕, 영양 일대에 있다. 평균 수령이 60년에 이른다. 최고 수령은 550년이다.
경북도는 백두대간과 금강송 보호를 위해 재선충 방어선을 구축했다. 울진, 영양, 봉화, 청송에 금강송 보호 구축선을, 봉화, 영주, 예천, 문경, 상주, 김천에 백두대간 보호 방어선을 구축했다.
또 재선충 확산 방지를 위해 단속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단속초소는 울진 4곳, 봉화 2곳, 청송'영양 각 1곳이다.
이 밖에 지난해 10월 구미에서 금강송, 백두대간 철통방어를 위해 재선충 합동 방제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민'관'군 1천여 명은 재선충 박멸 결의문을 낭독하고, 재선충에 걸린 고사목을 제거하는 현장 작업을 했다. 이 행사를 통해 재선충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도민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경북에서 재선충 피해는 2012년부터 증가해서 2013년 대량 발생,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면서 "경북도는 23개 시'군과 함께 재선충 박멸을 위해 방제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日, 국립공원·명승지 소나무만 '선택 방제'…미·캐나다 별다른 조치 안해, 중국은 황산 일대 집중 보호
해외에서 재선충이 발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일본, 중국, 대만, 포르투갈, 스페인 등 8개국이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국가들은 자생 소나무에 재선충 저항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방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에서는 1905년 재선충이 처음 발생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이에 일본은 보호해야 할 소나무만 선택적으로 방제한다.
중국은 1982년 처음 발생한 뒤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피해가 증가하고 있으며 황산 일대 소나무림을 집중보호하고 있다.
1985년 처음 발생한 대만은 피해가 급속하게 확산돼 방제를 포기했다. 대신 소나무를 차나무로 갱신하고 있다.
유럽의 포르투갈은 1999년 처음 발생한 뒤 총력 방제 실패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스페인은 2008년 포르투갈에서 확산돼 방제를 위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나라는 재선충 방제에 대한 별도 조치가 없거나, 방제 실패로 재선충이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일본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립공원과 명승지를 중심으로 집중방제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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