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일 년에 한 번

"삼성 라이온즈는 5강에만 들면 좋겠고, 전국체전에선 두 자릿수 순위만 기록 안 하면 됩니다."

"대구FC는요?"

"대구FC는''' 다시 강등만 안 되면 됩니다."

올 초 대구시 고위 간부와 나눈 대화다. 대구와 관련된 스포츠 분야의 올해 전망을 얘기하면서 언론에서도 힘을 모아달라며 한 말이다.

여기엔 대구 스포츠의 현주소가 다 드러나 있다. 5년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삼성 왕조'는 지난해엔 9위로 내려앉았다. 시즌 후 최형우, 차우찬 등 삼성 투타의 핵심 선수들마저 떠났다. 이렇다 보니 1위 탈환에 대한 기대보다는 '가을 야구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대구FC도 마찬가지다. K리그 2부 리그인 챌린지로 떨어졌다가 4년 만에 1부 리그인 클래식에 복귀했다. 눈에 띄는 전력 보강도 없다. '다시 강등만 안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올 시즌 대구FC와 함께 클래식으로 승격한 강원FC 경우 단숨에 1부 리그 상위권 팀들도 두려워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막둥이 시민구단인데다 대구FC와 함께 2014년 2부 리그로 떨어졌다가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극적으로 1부 리그 승격 막차를 타고 클래식에 복귀한 강원FC다. 대구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1부 리그 우승 후보군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유는 좋은 선수 확보와 전폭적인 지원이다. 클래식 승격 결정 후 리그 정상급 선수 대거 영입에 나서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이자 MVP인 정조국을 비롯해 국가대표 출신 이근호, 오범석 등을 폭풍 영입했다.

대구FC엔 대대적인 지원도, 이름만으로 상대 기를 죽일 수 있는 선수 영입도 없다. 그렇다고 '강등만 되지 마라'고 빌면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힘을 실어주고 기를 살려야 한다.

돈 안 들면서 힘 실어주는 데는 응원만 한 게 없다. 경기장에 가서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게 최고다. 그렇다고 대구FC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나눠 가면 어떨까. 대구FC가 올해 치르는 정규 라운드는 모두 33경기다. 이 중 대구에서 열리는 홈경기는 16경기다. 욕심 내지 말고 부담도 가지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홈 경기 때 가 보자.

그것도 어렵다면 한 가구에 대표로 한 명만 가도 좋다. 대구시민 250만 명, 4인 가구 기준 대략 60만 가구에서 대표 한 명씩만 홈에서 열리는 16경기에 가도 4만 명 가까이 된다. 4만 명이면 차고 넘친다. 경기장을 함성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 수 있다. 선수들은 모든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쏟아부을 것이고, 관중도 그 자체로 신나게 즐길 수 있다.

이는 이미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증명됐다. 육상의 불모지인 한국, 그것도 지방도시에서 열려 대회 흥행은커녕 제대로 개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역대 최고의 대회로 만들었다. 연일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시민, 관중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대구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은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고, 선수들은 신이 나서 뛰었다. 파도타기와 함성을 쉼 없이 쏟아내면서 관중은 그 시간, 그 자리를 마음껏 즐겼다.

4만 명이 과욕이라면 그 절반이라도 좋다. 한 집 건너 한 집에서 딱 한 명만 대표로 한 번만 홈 경기를 찾으면 된다. 말이 '한 집 건너 한 집'이라는 거지 한 번만이라도 가자는 말이다. 아무리 바빠도, 재정적인 후원을 하지 못하더라도 1년에 딱 한 번은 갈 수 있지 않을까.

한 번만이라도 대구FC 축구를 즐겨 보자.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좋다. 관중이 즐기고, 선수가 즐기면 된다. 경기장에 가서 맘껏 함성을 지르고 한판 신나게 놀다 오면 된다.

대구는 우리나라 시민구단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젠 시민이 즐기는 축구의 시작도 대구가 열어 보자. 1년에 한 경기다. 3월 개막이다. "대구는 축구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