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애국지사 묘역인 신암선열공원이 정부와 대구시의 무관심 속에 철저하게 외면받았다니 한숨만 나온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독립을 위해 몸바친 애국지사 묘역이 체계적인 관리는커녕, 허술하게 방치됐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시 동구 신암동에 자리 잡은 신암선열공원은 애국지사 52분의 봉분을 모시고 있어 국내 최대 독립운동가 묘역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1987년 대구경북에 흩어져 있는 독립운동가 묘지를 모아 선열(先烈)공원으로 개장했지만, 그 취지에 맞지 않게 관리'운영이 엉망이었다. 대구시가 관리하는 현충시설에 머물다 보니 갖가지 문제가 빚어졌다.
몇 년 전만 해도 신암선열공원은 관리 부실로 봉분이 훼손되거나 무너지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잔디가 없는 민둥묘가 허다했고, 묘역 주변에 잡초와 잡풀이 무성했다. 독립운동가 후손이 사비를 들여 봉분을 보수하는 일도 있었다. 후손들이 얼마나 분개했으면 "묘지를 옮기고 싶다"고 했을까. 본지가 2015년 신암선열공원의 봉분 훼손 실태를 보도하고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바람에 뒤늦게 대구시가 전체 개보수 공사에 나설 정도였다.
습관적으로 예산'인력 핑계만 대는 대구시에 더는 선열공원 관리를 맡겨서는 안 된다. 선열공원에 책정된 올해 대구시 예산이 1억1천700여만원이고, 인건비를 빼면 시설 및 일반 운영비는 2천500만원에 불과하다. 부잣집의 저택 관리비 정도밖에 안 되는 돈으로 3만6천800㎡에 이르는 호국시설을 관리했다고 하니 기가 찬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순국선열의 나라 사랑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후손들의 무성의와 태만을 보여주는 '산 교육장'이라고 할 만하다.
정부가 신암선열공원을 국립묘지로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맞다. 신암선열공원의 존재 의의와 상징성, 교육적인 가치는 다른 국립묘지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정태옥'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립묘지 승격을 위한 법안 마련에 나섰다고 하니 아주 다행스럽다. 이제라도 신암선열공원을 올바르게 관리해 순국선열의 뜻과 정신을 알리는 교육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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