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분열·갈등의 원인은 '시민성' 결핍?…『한국사회, 어디로?』

한국사회, 어디로?/김우창 등 4인 지음/아시아 펴냄

왼쪽에 촛불, 오른쪽에 태극기. 현재의 한국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핵심 키워드다. 혼돈과 정체에 빠진 한국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 출간됐다. 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가 펴낸 '미래전략연구총서'의 여섯 번째 책이다. 저자로 참여한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송호근'장덕진 서울대 교수 등 4명 학자는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이 빚어내는 대립과 이로 인한 병폐를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송호근 교수는 한국이 당면한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장벽을 돌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를 '시민 민주주의'로 설정하고 그것의 당위적 규범으로 '시민성(Civicness) 배양'을 강조한다. '시민성'이야말로 근대성을 상징하는 종합적 지표이자 사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는 것. 시민성의 결핍은 민주주의 불안정성을 초래하고 권위주의로 회귀를 초래해 사회 건전성을 해치고 민주 이념의 근간도 붕괴된다. 저자는 시민 민주주의 원형을 '토크빌적 민주주의'에서 찾고 있다. 시민의 자율적 참여에 의해 권력이 발생하고 그 합의된 권력으로 공동체를 운영하는 지방자치가 토크빌적 민주주의고 그 현대적 발현체가 시민 민주주의라는 것.

송복 교수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의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대한 실천 지침으로 일반 국민에겐 '문치(文治) 의식', 한국사회 고위층에겐 '희생의식'을 강조한다. 저자는 문치를 실현하는 방법에 있어 획기적인 국회의원 충원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송 교수가 말하는 이상적 정치인 구성 비율은 군인 경력 30%, 공대 출신 30%, 인문사회계 30%, 기타 10%. 이렇게 해야 다양한 목소리, 각계 여론이 형성되고 우리 정치가 비판에서 건설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파당에서 정당정치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문치가 이루어지고 다음 과제로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착을 제시한다. 특혜받은 사람들의 책임을 의미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저자는 그 책무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한다. ▷목숨을 바치는 희생 ▷기득권을 내려놓는 희생 ▷배려와 양보, 헌신의 희생이다. 문치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 두 바퀴가 잘 굴러야 '더 나은 사회'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

김우창 교수는 우리 사회가 보다 인간적인 사회가 되고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교육과 문화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에 대한 논리 정연한 사고를 전개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회학자답게 정치, 경제, 사회를 넘나드는 넓은 안목과 데카르트, 제논, 플라톤, 공자를 넘나드는 사색을 통해 교육, 문화의 인문학적 사유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장덕진 교수는 김우창, 송복, 송호근 교수의 '더 나은 한국사회를 위한 사유와 제언'을 여러 나라의 경험적 증거에 견주어 그 정당성을 증명하는 논리를 펼쳐낸다.

자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거대 담론적인 미래 전략도, 실사구시적인 미래 전략도 있어야 한다"며 "거대 담론적인 미래 전략 연구가 이상적인 체제를 기획하는 작업이라면, 실사구시적인 미래 전략은 장래에 공동체가 당면할 이슈들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더 나은 한국사회'를 위한 길을 안내하는 것에 이 책의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대로 더 나은 공동체로 가는 변화의 길은 무엇일까? 더 나은 공동체로 가는 시대정신과 비전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사회'를 위한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은 공동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에게 운명처럼 주어진 당위적 책무의 하나다.

혼돈과 정체에 빠진 한국사회, 그 근원과 본질적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며 더 나은 사회로 전진할 것인가? 이 질문이 한국인의 정신 속에 스며들 때, 비로소 한국사회는 진정한 희망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35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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