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복희(50) 씨는 평소에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주말이 되면 '스타'가 된다. 포항에 사는 그녀가 주말이면 향하는 곳은 여성 건각(?)들이 넘치는 대구의 남구구민운동장. 평상복 대신 몸에 짝 달라붙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코치의 지도에 따라 드리블, 패스 등 개인훈련과 팀 전술훈련을 받는다.
가정의학과 전공의인 김여환(53) 씨는 70대 발레리나를 꿈꾸는 늦깎이 지망생이다. 일요일 오전이면 발레학원에서 예비 발레리나들과 함께 음악에 맞춰 발레 동작을 배운다. 건강과 즐거움을 찾는 것은 물론 스포츠를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고자 스포츠 동호회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많아지고 있다. 운동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더불어 건강한 생활을 만들어가는 여성들을 만나보았다.
#행복한 주부 축구선수 김복희 씨
"20대에 체력 밀리지 않아,
축구는 내 인생의 원동력"
김복희 씨는 축구를 시작한 이후부터 한 시간 일찍 일어난다. 주부가 취미를 가지려면 더욱 부지런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 연습이 있는 날이면 잠을 덜 자고 새벽부터 가족의 하루 식사를 준비한다. 포항에 사는 김 씨는 연습을 위해 매주 주말 대구를 왕복한다. 그녀는 취미 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 매일 아침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비를 모으고 있다. 김 씨에게 축구는 스트레스를 푸는 운동인 동시에 일상을 활기차게 보내는 원동력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육상선수로 뛰던 김 씨는 결혼을 하면서 운동을 관뒀다. 출산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20년 넘게 운동을 쉬던 중 7년 전 포항시에서 주부축구단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입단을 결심했다. 포항 주부축구단 소속으로 뛰던 중 3년 전 대구남구여성축구팀을 알게 됐다. 프로 출신 감독님이 체계적으로 이끄는 대구남구여성축구팀에 반해 매주 대구로 원정 연습을 오기 시작했다.
김 씨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먼저 그녀는 자신의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육상선수를 하던 시절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다. 축구를 하기엔 부족했던 체력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의지로 금세 극복했다. 매일 운동장을 돌면서 기초체력을 차츰 끌어올렸다. 올해 쉰 살이 된 김 씨는 20대 초반 선수들과 함께 뛰고 있지만 어린 친구들과 비교해도 체력적으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는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매일 저녁 체력 단련을 하고 있다.
사실 운동을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는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주부인 김 씨에게 취미보다는 가족의 끼니와 정돈된 집이 더 중요했다. 김 씨는 더 부지런해지면 집안일도 축구도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씨 스스로도 더 노력했지만 가족의 응원이 없었다면 7년 넘게 축구를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같은 취미를 가진 아들이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아들 박종훈(27) 씨는 엄마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기도 한다. 그녀는 아들이 무뚝뚝하게 "아줌마 축구 좀 하던데?" 하고 장난을 칠 때면 그 말에서 어떤 응원보다 힘을 얻는다. 김 씨의 가족은 엄마가 축구 연습이 있는 날엔 설거지를 하거나 집 안 청소를 맡기도 한다.
김 씨는 주부가 땀 흘리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다 풀려 표정이 밝아지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결국 가족에게 전달된다고 했다. "일상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면 얼굴에서 바로 나타납니다. 주부가 밝은 얼굴을 하고 있으면 온 가족이 화목해져요."
김 씨는 다른 주부들에게도 꼭 축구를 권하고 싶다. 김 씨는 팀워크로 하는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로 꼽았다. "어떤 운동은 내가 실수를 하면 바로 실점을 하는데 축구는 동료 선수들이 도와주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요. 내 편이 10명 더 있다고 생각하면 운동하면서도 얼마나 든든합니까?"
그녀는 아들이 축구를 하기 때문에 유대감을 쌓을 수 있고 가족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가정이 더욱 소중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 씨가 축구를 하면서 되찾은 것은 자아를 실현한 일이다. "가족의 도움 없이 주부가 취미를 가지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스스로도 더 부지런해야 취미란 걸 즐길 수 있어요. 주부가 행복해지면 가정이 더 화목해지거든요. 행복한 가정을 위해 엄마도 부지런해지고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요?"
#대구남구여성축구팀은
프로 출신 강영호 감독이 맡아
작년 전국대회 3위 오른 강팀
올해 창단 7년 차 대구남구여성축구팀(이하 대구여성축구팀)은 전국 아마추어 팀의 경계 대상 1호다. 3년 전 포항스틸러스 출신 강영호 감독이 팀을 맡은 후로부터 연습 방식이나 선수들의 포지션이 더욱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여성축구팀이라고 해서 공 몇 번 주고받고 드리블 연습이나 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구여성축구팀은 지난해부터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올해는 전국 여성축구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새내기 대학생부터 주부까지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이 팀의 가장 큰 무기는 부지런함이다. 강 감독은 선수들의 열의에 반해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강 감독은 "하루는 여자 선수들이 컴컴한 밤에 케이블을 연결해 조명을 비추고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깐 저러겠거니 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하는 친구들을 보고 감동해 이 선수들을 더욱 키워봐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대구여성축구팀 여성들은 주 4회 빠짐없이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목요일 저녁(오후 7시 30분) 연습 때는 대구 여성 누구나 함께 훈련할 수 있다.
주전 골키퍼 김영경(24) 씨는 축구의 매력은 바로 협동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실업팀 경기나 여자축구를 보러 다닐 정도로 열성 축구팬이었다.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 김 씨는 "축구는 대화로 느끼는 동질감과는 다른 진짜 협동심을 느낄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인 운동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전국대회 3위에 입상한 대구여성축구팀의 올해 목표는 전국대회 3관왕이다. 선수들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목표가 있으면 실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여성축구팀은 열정은 물론 날로 발전하는 실력으로 그녀들의 성장을 입증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