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중심에서 백제를 본다. 국립경주박물관이 5월 7일까지 여는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다. 망국의 유산이 아닌 태평시대의 흔적이다.
승자의 역사만 기억했기에 소백산맥 서편에 살았던 우리 민족의 역사에 무심했다. 경주국립박물관 특별전시관은 역사교과서 백제 부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했다.
2017년 경주에서 1천300년 전 백제의 심장, 부여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경주의 유물과 많이 닮아서다. 무령왕릉 출토 금제관식의 섬세함은 신라 천마총에서 본 금관에 뒤지지 않았다. 내세의 안락을 기원하며 불교문화의 상징인 연꽃을 온 건물 기왓장에 새겨 넣은 것은 극락왕생을 바라는 신라인들의 기도와 같았다.
일부 유물은 중고시장에 나온 물품처럼 오래지 않아 보였다. 뚜껑이 있는 세발토기는 당장 꺼내 써도 될 법했다. 불과 몇 해 전 철거된 건물의 잔해인 양 무늬가 선명했던 관북리 도수관, 공산성 바람개비무늬수막새 등은 계획도시 부여를 입증하고 있었다.
백제 왕실의 뒤뜰이었던 부소산성에서 출토된 것들은 전쟁과 평화가 간발의 차이임을 가르친다. 신라의 월성, 동궁과 같은 부소산성에선 푸른 유약을 입힌 녹유벼루, 불상을 표현한 소조상이 무더기로 나왔다. 평화로운 일상과 예술 활동의 증거다. 살상 무기도 대거 나왔다. 칼, 갈고리, 창에는 세월의 녹이 흠뻑 묻어 있었다. 공격용인지, 방어용인지, 심지어 전시용인지. 분간은 무의미했다.
규모 면에서 압권은 건물 지붕의 용마루 양끝에 붙여 놓은 장식, 치미(사진)였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왕흥사 터에서 출토된 것이다. 높이 123㎝, 최대 너비 74㎝였다. 치미의 크기와 건물 크기를 연결해 떠올리면 '우와'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동시에 신라의 황룡사지 치미가 떠오른다. 황룡사지 치미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시간이 허락한다면 '세계유산 백제'가 진열된 특별전시관 옆 신라미술관에 들러 직접 보길 권한다.
경주에서 만나는 백제는 공주로 천도한 475년부터 약 200년간의 역사다.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 또 별도(別都)였던 익산에서 출토된 유물로 백제를 살필 수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기에 눈 더 크게 뜨고 보면 좋을 전시회다. 고맙게도 관람료는 없다. 054)740-7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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