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환경운동가가 본 한국 원전]<상>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전한 원자력

"책임감 큰 지역 출신 원전 기술자 고용해야"

환경운동가이면서 원자력에너지 옹호 인사로 알려져 있는 미국의 환경단체 대표 마이클 쉘렌버거와 고문 우디 엡스테인이 이달 4~6일 한국을 방문, 원자력발전소가 자리한 경주'울진'부산을 차례로 찾아 주민들과 원전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두려움'과 '신뢰 회복'을 말했고, 쉘렌버거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그들은 안전이 담보되기 위해선 원전 지역 출신들이 해당 원전 운영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안전을 버리면 가족이 위험해진다는 사명감을 갖게 한다는 의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관련된 인사를 모두 배제한 채 이뤄진 주민과의 만남을 취재했다.

마이클 쉘렌버거는 자신이 출연하기도 한 다큐멘터리 영화 '판도라의 약속'을 제작한 로버트 스톤의 말을 인용, "젊은 환경보호 운동가들은 원전을 더 이상 체르노빌 사고와 연관 짓지 않는다"며 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전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이어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은 현실성이 없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원전 외에는 답이 없다"고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환경운동의 영웅' 가운데 한 명인 그의 원전 옹호 입장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원전을 왜 그토록 찬성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한국에는 원자력발전소가 있고, 북한에는 핵폭탄이 있다. 무엇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땔감을 연료로 사용하는 전 세계 인구 비율이 30%나 되는 상황에서 원자력은 가난을 구제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이 커지면서 원자력 진실에 대한 판단의 전기를 맞게 됐다"고 했다. 실제 우라늄광산보다 뉴욕 맨해튼의 터미널을 걸을 때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고, 원자력시설 주변에 암 발병 집단이 없다는 것도 의문스러운 부분이라고 했다.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땅이 많지 않은 데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도 없다는 점도 주시했다. 체르노빌 등 원전 사고와 관련된 사망자 수가 부풀려지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는 것도, 원전을 원점부터 공부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통제 가능한 위험을 가진 원전을 과연 무조건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전제한 뒤 "의도적으로 원전 공포를 키우는 정보를 우선 차단한 뒤 원전 자체만을 판단해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뢰할 만한 인력(지역 출신 기술자)들이 원전을 운영'관리하고 ▷원자력 안전과 관련해서는 절대 침묵하면 안 되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리더들이 많아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사업자가 지킨다면 지역민들과의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지역 출신 기술자들이 해당 원전에서 일을 해야 책임감을 더 가질 수 있는데,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주변에 자리한 오나가와 원전에서 증명됐다고 밝혔다.

오나가와 원전은 동일본 대지진을 똑같이 맞았지만, 노심 용융 등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해갔다. 되레 이 지역 주민들이 오나가와 원전 안으로 몸을 피할 만큼 지역 주민과 원전 종사자 간 신뢰가 높았다. 지역민들이 직접 채용되는 사례가 많고 소통이 활발하다 보니, '지역민의 생명이 곧 자신의 생명'으로 동일시됐다. 또 일본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의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묵살되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점도 피해가 줄어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리더가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해 조기에 사고 진화에 나선 것도 오나가와 원전을 지키는 동력이 됐다.

그는 한국 원전의 안전에 대해 "원전을 무조건 안전하다고 여기는 행위는 어리석다. 다만 일본 후쿠시마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사업자의 사명감이 더 요구되고, 주민들도 불안을 전제로 깔 게 아니라 원전산업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직접 판단 내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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